[And 지역 리포트] 친환경 처리 시설 확대 갈 길 바쁜데… 곳곳서 ‘반대’ 기사의 사진
드론으로 공중에서 촬영한 친환경 처리시설 하남 유니온파크의 모습. 지하에 환경기초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지상에는 산책로와 물놀이장 등 공원화 시설과 체육관·테니스장·풋살장 등 주민 편익시설만이 보인다. 사진 오른쪽 위 높이 105m로 우뚝 솟은 기둥은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재처리해 내보내는 굴뚝이지만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어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2014년 개장 이후 유니온파크를 다녀간 방문객은 160만명에 달한다. 하남=권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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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논란이 됐던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당시 대란의 원인은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국내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업체들이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은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었다. 지자체와 환경부가 나서서 책임지고 수거하겠다고 밝히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한국은 ‘쓰레기 수출국’이어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가 수입을 거부하면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자원을 친환경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체 시설을 확대해 폐기물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의 인식에 여전히 혐오 시설로 남아있는 폐기물 재처리 시설을 짓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랜드마크가 된 하남 유니온파크

지난 25일 찾은 경기도 하남 유니온파크. 버스 정류소에 내리자 넓은 공원 사이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 높이 뻗은 커다란 기둥이었다. 높이 105m로 아파트 35층 높이의 이 커다란 기둥은 ‘하남 유니온타워’다.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어서 미사리 조정경기장부터 멀리 남산타워까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 한가운데 놓인 이 전망대는 단순히 관광시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하에 있는 쓰레기를 소각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재처리해 내보내는 일종의 ‘굴뚝’이다.

전망대에서 만난 이슬기(32·여)씨는 “지하에 쓰레기 처리시설이 있는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경이 잘돼 있어서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러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하남시에 따르면 2014년 공원 개장 이후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160만명에 달한다.

하남시는 2011년 경기도 하남시 미사택지지구를 개발하면서 이 일대 폐기물을 처리할 환경기초시설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하수처리를 비롯해 쓰레기 소각, 음식물 자원화 시설, 재활용품 선별시설, 생활폐기물 압축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하남시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폐기물이 이곳으로 모여드는 셈이다.

하남유니온파크는 이름처럼 공원으로 조성된 시설이다. 7만9057㎡ 면적에 환경기초시설 외에도 공원화 시설(산책로·물놀이 시설·생태연못) 등이 조성돼 있고 주민 편익시설(다목적 체육관·테니스장·농구장·풋살장·족구장·게이트볼장)도 들어서있다.

환경기초시설은 전부 아파트 8층 높이(25m)로 지하화 돼있어 겉으로 보기엔 그저 대형 공원인 셈이다. 차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15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아파트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공기 중 염화수소,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황산화물, 먼지 등의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환경부에 전송돼 모니터링된다.

폐기물처리시설장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재활용선별시설이 위치하고 있었다. 바람과 빛, 자석을 이용해 종이와 플라스틱, 비닐, 캔 등을 분류하는 시설이다. 직원들은 곳곳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손으로 골라내는 작업도 병행했다. 작업대 위에는 악취 포집기가 매달려 있었다. 냄새를 빨아들이고 다른 곳에서는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별다른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 층 더 내려가자 악취가 가장 심한 시설 중 하나로 꼽히는 음식물처리시설이 등장했다. 신기하게도 아무런 냄새를 느끼지 못하다 한 발짝 다가서자 갑자기 악취가 코를 찔렀다. 기압차를 이용한 일종의 ‘에어커튼’ 때문에 바로 옆에서는 악취가 느껴지지 않는 구조다. 이곳에서는 하남시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를 들여와 고온에서 처리한 뒤 사료나 비료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처리시설 천장에는 노란색 배관이 촘촘히 연결돼 빨아들인 냄새를 모아 물이나 약품, 불을 이용해 냄새를 희석시켜 기준치 이하의 공기를 굴뚝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곳곳서 갈등 겪는 자원순환처리시설

하남 유니온파크는 총 사업비 3031억이 투입된 대규모 처리시설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하수처리부터 소각, 음식물·재활용폐기물 처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졌다.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시설이 완공됐고 택지개발 주체인 건설사들이 대부분을 부담해 국고 지원 없이 시비 일부 부담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서는 이 같은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한 자치구가 용도별 처리 시설 여러 개를 전부 짓지 않고 인근 지역과 분담해 나눠 짓는 식의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논의도 활발하다. 서울 지역에서는 은평구가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평구는 진관동 76-40번지 일대 1만1535㎡(약 3500평)에 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인접한 자치구인 마포구가 생활폐기물 소각을, 서대문구가 음식물폐기물 처리를 담당해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은평구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시설은 재활용품을 선별해 처리하는 재활용처리시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은평뉴타운과 경기 고양시 지축·삼송 주민까지 나서서 ‘은평자원순환센터백지화투쟁위원회(은백투)’를 구성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평구는 애초 반지하 시설로 지을 계획이었던 자원순환센터를 완전 지하화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지하화한 뒤 지상은 주민을 위한 체육공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이상진 은백투 위원장은 “주택가와 학교가 가까운 지역에 시설을 짓겠다고 하는데 가장 큰 우려는 안전 문제”라며 “악취나 먼지, 화학약품 처리 기준을 지킨다고 하지만 기준치 이하라도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십 년 지난 뒤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활용처리시설이라 하더라도 오염된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하는데 체육시설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존에 소각시설인 ‘은평환경플랜트’가 진관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에 또 다른 폐기물 처리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혐오 시설을 자신의 지역에 무조건 지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님비(NIMBY)’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주민 반대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건립을 추진하는 은평구도 이유가 있다. 은평구는 올해 6월 민선7기 첫 구청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김미경 구청장이 구정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혐오시설을 짓기까지는 주민 반대가 거세기 때문에 재선과 3선의 기회가 남은 선출직 구청장이 나서서 건립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다. 주민들의 ‘표’만 의식했다면 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구청장이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은평구 자체 폐기물 자립도가 3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주민에게 보내는 서한문에서 “폐기물 대란을 사전 예방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추진 과정에서 주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정책에 적극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원순환센터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반입되지 않는 만큼 침출수와 악취 등의 환경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최신 설비를 갖춰 주민 불안을 없애겠다는 설명이다.

인근 구로구는 재활용 쓰레기 선별과 생활폐기물·음식물쓰레기 적환 등을 위한 자원순환센터를 짓고 이달 중 시범 가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냄새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서 개관은 내년으로 연기됐다. 구로구 관계자는 “냄새 발생이 법적 허용치 이하지만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다시 보강 공사를 진행한 후 문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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