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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공평원] 남북 군사 합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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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에서는 국가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위자로 가정한다. 국가가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면 국가의 행동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국가안보 관련 행동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북한을 이성적인 행위자로 가정할 경우 북한은 냉전체제의 해체로 인한 후원 세력의 쇠퇴와 악화된 경제로 인해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안보정책에 한계를 인식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핵무장을 추구했을 것이며, 그 결과가 우리가 마주한 작금의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국가의 안보정책은 큰 틀에서 두 개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자국의 방위능력을 향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위협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내년 국방예산이 8% 증가 편성된 사실에서 볼 수 있는 현 정부의 국방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전자에 해당한다. 반면 남북 간 신뢰를 증진해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려는 노력은 후자에 속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위협 완화 노력의 핵심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가 당면한 최고 수준의 위협이며 이를 완화하고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전략적 수준의 목표인 것이다.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당장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략적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 수준의 목표라 할 만하다. 합의서에서 남북은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필자는 이번 합의가 완충구역을 넓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크게 줄인 점을 높게 평가한다. 우발적 충돌로 의도하지 않은 전쟁에 휘말려 드는 것은 반드시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일부 우려가 있음을 알고 있다. 국가안보를 염려하는 충정에 기인하고 있지만 이런 우려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서해 완충 수역 설정 시 우리가 북측에 양보했다는 것인데, 남북의 해안포와 포병 등 밀집된 전력 규모를 고려할 경우 오히려 우리 측에 유리하게 설정됐다고 할 수 있다. 둘째, NLL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NLL 존중·준수 원칙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점과 완충구역 설정 이후에도 북측 선박이 NLL 남측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NLL이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서 유효하다는 점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셋째, 비행금지 구역이 설정돼 감시·정찰작전이 제한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이 운용 중인 인공위성, 고고도 유·무인 정찰기 등 다양한 기종의 정찰자산 운용 및 중첩 감시로 정보·감시태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미미하다. ‘깜깜이 군’ 운운은 그야말로 기우다.

이번 합의가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했음은 물론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추동력을 제공했다는 점도 평가돼야 한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에 돌파구를 마련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우리의 전략적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최근 9·19 군사 합의 이행이 본격화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남과 북은 분단과 대립의 상징이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비무장화 조치를 단행하고 공동검증까지 완료했다.

전술적 수준의 목표는 상위의 전략적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경우에 따라 하위의 목표 수준을 낮추는 등의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도 있다. 과정상의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해 궁극적인 목표를 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러한 때에 군사 합의의 사소한 점을 침소봉대하여 논란거리로 만들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적인 지혜를 모아 최선의 노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해야 할 때다.

공평원 연세대 안보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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