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팔팔 스매싱’ 받아 보면 놀랄 걸 기사의 사진
양평실내탁구장 회원들이 지난 24일 오전 경기 양평 양평실내탁구장에 모여 탁구를 치고 있다. 오전에는 주로 노인들이 탁구장을 찾는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석 달간 대한체육회 주최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무료 탁구교실이 열리기도 했다. 양평=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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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 경례!”

지난 24일 오전 10시 경기도 양평실내탁구장에서 우렁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탁구대 앞에 선 남녀 넷은 서로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바로 경기가 시작됐다. 빠르고 정확한 서브가 상대를 향했다. 그 공은 라켓에 맞고 다시 돌아왔다. 랠리는 계속 이어졌다. 승부에 대한 집착보다 탁구 자체의 재미에 흠뻑 빠진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퍼졌다.

여느 탁구동호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곳은 조금 달랐다. 탁구를 치는 넷 모두 머리가 세고 주름이 팬 6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이들 외에도 20여명의 노인들이 모여 즐거운 표정으로 탁구를 치고 있었다.

이팔용(88)씨는 그 넷 중에서도 최연장자다. 이씨는 “거의 매일 오전부터 탁구장에 나온다. 일주일에 5∼7회 정도 나온다”며 “탁구를 치다보면 땀이 많이 나고 개운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사실 이씨는 얼마 전 전립선 암 판정을 받은 환자다. 그러나 그의 얼굴과 목소리, 자세에는 아픈 기색이 없었다. 그는 “나와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의사도 운동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좋은 식단과 병행하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한때 갱년기 이후 우울증을 앓았다는 엄기선(67)씨는 “즐겁게 운동을 하다 보니 우울증이 사라졌다”며 “나 같은 사람을 돕고 싶어 이곳을 처음 찾아오는 노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다. 처음 오는 분들은 쭈뼛쭈뼛하시는데 말을 걸어드리면 정말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탁구를 통해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회복되는 셈이다.

양평실내탁구장은 양평군에 사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저렴한 회비를 내고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다. 오전에는 거의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탁구장을 찾는다. 탁구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강사도 상주하고 있다. 이날 양평실내탁구장의 각 탁구대는 라켓을 잡은 노인들로 꽉 찼다. 박형순 경기탁구협회장은 “어르신들은 보통 일찍 일어나시는데 오전에 집안일을 마친 다음 가실 곳이 마땅치 않다”며 “이곳에 나와 서로 대화도 나누고 운동도 하니 육체적, 정서적으로 모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탁구는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아 어르신들께 가장 적합한 운동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양평실내탁구장에서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석 달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받아 대한체육회 주최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무료 탁구교실이 열렸다. 교육은 대한탁구협회에서 선발된 전문가가 진행했다. 많은 지역 노인들이 호응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협회장은 “석 달만으로는 다소 모자라다”며 “원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한 사람당 하루에 5∼10분 정도만 교육할 수밖에 없을 정도”라고 아쉬워했다. 양평실내탁구장 회원인 김호동(63)씨는 “대기자가 많아 다른 분들께 죄송해 나는 탁구교실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단순한 강의를 넘어서 노인탁구대회 수요도 많다고 한다. 박 협회장은 “어르신들을 위한 대회를 열어달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며 “어르신들이 소풍 나가듯 즐겁게 놀다 오는데, 대회를 다녀오시면 더욱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년이나 장년층을 위한 탁구대회는 많은데 어르신들을 위한 대회는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 시도체육회에서는 야외체력형 교실을, 대한탁구협회 등 종목단체에서는 종목별 어르신체력관리교실과 연 1회 대회 및 관련 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다. 양평실내탁구장에서 진행된 노인탁구교실도 이 같은 사업의 일환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사업 종목은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16개, 대상층이 6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확대됐는데 예산은 매년 10% 정도 삭감되고 있다”며 “지원대상자는 늘어나는데 예산은 삭감되니 결과적으로 이들에 대한 혜택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만큼 어르신들의 복지와 건강을 위한 예산 증액과 국가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양평=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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