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시용 교회 십자가만 보여도 주민들에게 파급력”

태영호 前북한공사, 서울신학대 세미나 강연

“北 전시용 교회 십자가만 보여도 주민들에게 파급력” 기사의 사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31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에서 열린 ‘서울신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 추계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향후 남북교류가 활발해질 때 한국교회가 북한에 교회당을 하나라도 더 세운다면 큰 소득일 겁니다. 전시용 교회로 지붕 위 십자가만 보일지라도 북한 주민에게 전달하는 파급력은 굉장히 크기 때문입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31일 “북한이 1988년 봉수교회를 세웠는데 2005년 한국교회의 지원으로 이를 재건축했다. 그런데 북한이 세운 것과 재건축 이후 교회 모양이 다르다”며 “원래는 지붕 위 십자가가 사방팔방에서 보였는데 신앙이 생긴 주민들이 이를 보려고 매주 일요일 교회 주변을 빙빙 돌았다. 그래서 다시 지을 땐 정면에서만 십자가를 볼 수 있게 십자가 양쪽에 기둥을 세웠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소장 박영환 교수)가 개최한 추계세미나 및 간담회 강사로 초청됐다. 세미나의 주제는 ‘북한의 통일 이해와 남한교회의 역할’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기독교 현황뿐 아니라 비핵화, 교황 방북 등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십자가만 보여도 북한 주민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며 “김씨 부자 초상화 없이 행사가 열리는 유일한 곳이 교회다. 비록 보여주기 식이라도 교회가 북한 세습 통치 유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당에서도 가늠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 “이 때문에 87년 전시용 교회와 성당을 주요 도시에 10곳을 세우자고 했던 김일성 주석의 계획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본격적인 남북교류 시대에 북한에 교회를 세우려면 명분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북한 복음화 대신 투자로 접근해야 교회 설립에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교회를 체제 위협요인으로 보기 때문에 복음이라 말하면 절대 안 될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고 싶어 하는데 북한 자체로는 힘들고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교회가 꼭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면 좋다”고 했다. 관광 여력이 있는 한국 및 미국, 유럽 사람 중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적지 않은데 이들을 북한 관광지에 유치하려면 이들이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어 “통일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외부 정보 유입”이라며 “교회가 꾸준히 남한의 현실 등을 담은 외부 정보를 알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한반도도 독일처럼 무력 아닌 ‘소프트 파워’로 통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대해선 핵무기를 없애는 게 아닌 핵위협을 낮추는 ‘핵군축’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교황 방북에 있어선 ‘교황청 사제 파견’ ‘북한가톨릭교회 소유권’ 문제에 북한이 사전 합의해야만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는 “북한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황청의 권위를 인정하는 결심을 내렸다면 교황이 방북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환영행사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자연스레 교황과 가톨릭이 알려지고 이것이 결국 모태 신자들의 신앙심을 불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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