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 병역면제 악용해 세력 확장 꾀할 우려”

대법원 ‘종교적 이유 병역거부’ 무죄 취지 판결에 논란 확산

“특정 종교 병역면제 악용해 세력 확장 꾀할 우려” 기사의 사진
대법원이 1일 여호와의증인 신도의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종교·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위헌소원 청구사건 결정을 앞두고 시민들이 “종교적 병역기피를 인정해선 안 된다”며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국민일보DB
대법원이 14년 만에 종교적 병역기피자의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며 1일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함에 따라 종교·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6월 헌법재판소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적용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교계의 집단적 반발도 예상된다.

대법원 다수 의견(9명)의 핵심은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반사회적 교리에 따라 병역을 기피하더라도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된다”면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수차례 시한부 종말을 외쳤던 여호와의증인은 대한민국 정부를 ‘사탄(악마) 조직의 일부’로 보고 있다. 대법원이 반사회적 집단의 교리를 ‘양심의 자유’로 존중했다는 것은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여호와의증인은 교리서 ‘영원히 살 수 있다’에서 “정부가 사탄(악마)으로부터 권세를 받은 사탄 세상의 일부이고, 군사력을 동원해 참혹한 전쟁을 조장하기 때문에 전쟁 연습에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호와의증인 탈퇴자 김모(25)씨는 “여호와의증인은 이 땅의 정부가 사탄의 정부이니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핵심교리를 갖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병역을 거부하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으며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한국사회가 언제부터 반사회적 소수 종교집단을 관용·포용할 만큼 아량이 넓어졌느냐”면서 “신도들이 병역을 면제받고 탈퇴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텐데 대법원은 이에 대해 뭐라고 설명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종교심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방의무보다 우선한다는 근거는 별로 없다. 병역거부를 허용하면 같은 논리에서 납세거부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정 사이비종파의 병역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양심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 것은 종교편향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훈 울산대 법대 교수는 “대법원은 특정 종교 신도가 독실한 신도인지 아닌지를 국가가 구별해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진정한 양심’은 심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측정조차 불가능한 이론을 앞세워 특정 종교에 편향적인 병역면제 혜택을 준 것은 심각하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영준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도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국방부는 당사자에게 입영통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면서 “대체복무제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나온 이번 판결은 현역 복무자의 사기를 꺾고 종교·사회적으로 국론 분열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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