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현 정권 ‘피장파장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기사의 사진
혼잡한 퇴근길 지하철에서 소매치기가 능숙한 안창따기(면도칼로 안주머니를 째는 것)로 승객의 지갑을 훔친다. 소매치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음 역에서 내려 유유히 사라진다. 범행 현장을 목격한 건장한 사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소매치기를 뒤따라간다. 험상궂게 생긴 이 사내는 으슥한 골목에서 소매치기의 뒷덜미를 낚아챈다. 완력으로 소매치기를 제압하고 승객의 지갑을 빼앗는다.

제 지갑을 빼앗긴 양 소매치기가 대거리한다. “야, 이건 날강도나 하는 짓이야.” 지갑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강도가 천연덕스럽게 대꾸한다. “인마, 이 지갑 훔친 거잖아.” 소매치기와 강도 중에 누가 나쁜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둘 다 나쁘다. 현행법 위반 측면에서 보면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일 뿐이다.

다른 오류나 잘못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오류나 잘못을 정당화하는 ‘피장파장의 오류’에 딱 들어맞는 사례다.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반응도 대표적인 피장파장의 오류에 속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설치하자 일본 오사카시는 지난달 자매결연을 파기하겠다고 통지하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오사카시는 “2차 세계대전 때 성 문제는 옛 일본군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군과 영국군, 소련군 등에서도 존재했다”는 주장을 폈다. 국제사회에서 성노예 비판 여론이 비등할 때마다 일부 일본 언론은 미군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독일에서 위안소를 운영했다고 지적한다. 추악한 전쟁 범죄를 사죄하지 않고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다른 나라도 못된 짓을 저질렀는데, 왜 일본만 문제를 삼느냐고 앙탈을 부린다. 해괴하고 파렴치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빈발하거나 즐겨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현 정권은 야당 시절에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맹비난했다. 그런 문재인정부가 보란 듯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를 공공기관장과 감사로 내려보낸다. 바른미래당이 지난해 5월 이후 기관장과 감사가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340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364명 가운데 44.2%인 161명이 캠코더 인사였다. 바른미래당은 금융·문화예술 분야의 낙하산 인사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도 민주당은 피장파장의 오류 카드를 방패막이로 꺼내들었다. 야당이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공기업 특혜 고용 의혹, 효과가 미미한 청와대의 단기 일자리 확충 방안, 태양광 사업의 졸속 추진 등을 지적할 때마다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부도 그랬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피장파장의 오류에 빠지면 자신의 결함을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개선책도 마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거 정권도 그랬는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그러면 어떠냐는 식의 반응과 대응은 촛불 시위의 정신과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다. 적폐 청산을 모토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와 집권 여당이 생활적폐를 엄폐 또는 은폐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촛불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현 정권은 과거 정권의 잘못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고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최고 스타로 떠오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의정활약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피장파장의 오류에서 헤어나지 않으면 촛불 민심의 준엄한 심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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