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레츠 고 기사의 사진
어느 신부가 강론 중에 청중을 향해 다음과 같이 물었다. “지옥 가고 싶은 분 손들어 보세요.” 그러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다시 신부가 “천당 가고 싶은 분 손들어 보세요”라고 했다. 이번에는 모두 손을 들었다. 신부가 “그러면 지금 바로 천당에 가고 싶은 분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SNS에 떠도는 글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우리나라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하나님과 천국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얘기지만.

천상병 시인은 1970년 발표한 시 ‘귀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노래했다. 놀이공원 가듯 이 세상에 소풍 나와서 놀다가 이제 본토인 하나님의 나라로 돌아가겠다는 시인의 귀향 모습이 그려진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밥과 마찬가지이며 즐거움을 주는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찬미한 그는 개신교 신자였다가 말년에 천주교로 개종했다.

얼마 전 별세한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불리는 유진 피터슨 목사가 남긴 마지막 말은 ‘레츠 고(Let's go·가자)’였다. 그의 가족들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에 그의 임종 순간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는 며칠 동안 땅과 하늘 사이의 얇고 성스러운 공간을 항해했다. 우리는 그가 낙원에 들어가는 것을 환영하는 무리들에게 하는 것 같은 말을 우연히 들었다. 그 말은 오순절 신앙 배경을 가진 그의 한두 마디 방언인지도 모른다. 그의 마지막 말 중에는 ‘레츠 고’도 있었다. 얼굴엔 기쁨이 넘쳤다. 그는 몇 차례 웃음을 보였고 축복 속에 기쁨을 남겼다. 유한한 육체가 침묵을 지켜야 하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 순간에 대해 무슨 말을 한다면 ‘거룩 거룩 거룩’일 것이다.”

천국의 실체는 피터슨 목사 유족의 말이 아니더라도 여러 간증과 증언으로 확인된다. 뇌사 상태에 있다가 7일 만에 살아난 하버드 신경외과 의사 이븐 알렉산더는 ‘천국의 증거’(한국판 제목 ‘나는 천국을 보았다’)에서 죽음 너머의 세계를 묘사했다. 그는 “내가 간 그곳은 실재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의 삶이 완전히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곳은 실제였다”고 증언한다. 과학자들은 물질이 유일한 현실이고 생각, 의식, 관념, 감정, 영혼은 뇌의 생화학적 기능에 의해 발생하는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알렉산더 또한 여러 임사(臨死) 체험자들을 접할 때면 그들이 환상 속에 빠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뇌손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진 뒤 날개 달린 존재들(천사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칠흑 같은 어둠인데도 빛으로 가득한 곳에서 근원(하나님)을 만난 것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우리는 천국에 대해 얼마나 믿고 있을까. 피터슨 목사처럼 하나님 부르시는 마지막 날에 ‘레츠 고’라고 말할 수 있는 목회자나 신앙인이 얼마나 있을까. 이 세상의 삶이 전부인 것처럼 탐욕스럽게 부를 갈망하며 하늘나라 창고에 보물을 쌓기보다 땅에 쌓는 데 열심인 것은 아닌지, 주님의 뜻대로 살기보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환락과 유혹에 빠져 삶을 탕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나부터 반성한다. 남을 사랑하기보다 시기하고 미워하지 않았는지, 헛되고 헛된 물질을 우상처럼 숭배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천국을 믿고 소망하는 크리스천들에게는 삶이나 죽음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피터슨 목사는 관광객들처럼 자신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영성을 찾아다니는 크리스천들에게 오직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나아가는 순례자의 영성을 갖추라고 말한다. 이 세상의 금은보화는 큰 의미가 없다. 훗날 하나님께 받을 상금이 더 중요하다. 하나님께 ‘착하고 신실한 종’이라고 칭찬받을 것인지, ‘게으르고 악한 종’이라고 벌을 받을 것인지는 한 길 순례를 하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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