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상근] 적극적 리쇼어링 정책을 기사의 사진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폰 중 40%는 ‘Made in Vietnam’이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진출은 1995년 호찌민의 삼성전자 판매 및 TV 생산법인이 시작이었다. 이후 2008년 박닌성 옌퐁현에 휴대폰 생산 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의 베트남 현지 생산에 돌입했고, 2013년 포옌현에 제2공장 설립과 2014년 호찌민 공장의 확장이전 등 계속된 투자가 이어졌다. 지난 한 해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426억 달러의 수출을 했다. 이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30%에 해당하며, 베트남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특히 이 3개 공장에서 11만명의 현지고용으로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계열사까지 합치면 고용 규모는 16만명에 달한다. 그만큼 구미나 광주의 제품 생산라인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기업의 일부를 해외로 이전시키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은 삼성전자 외에도 여러 제조기업에서 2010년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오프쇼어링 현상의 주원인은 저임금과 시장 개척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과 함께 인건비 상승이 자연스럽게 나타났고,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짓는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세계로 뻗어나가 외화를 벌어들이는 글로벌 기업의 탄생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일자리 창출 능력이 탁월한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각국은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위한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리메이킹 아메리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법인세 상한선을 35%에서 28%로 낮추고, 공장 이전 비용의 20%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다. 포드, GM, 오티스, 애플 등 제조 기반의 주요 기업을 비롯해 7년간 약 1200개의 해외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법인세율을 최고 21%까지 낮추고 해외 생산 제품에 대한 3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제조업의 복귀를 부추겼다. 그 결과 2010년 9.6%까지 상승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계속 감소, 2018년 현재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놀라운 성적이다.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일본 역시 리쇼어링 정책에 적극적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약세가 지속됐고, 이는 일본 내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규제완화, 세금감면 등 기업에 대한 혜택도 크게 늘리면서 2015년 한 해에만 무려 724곳의 해외 법인이 일본으로 유턴했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자동차 기업들도 일본 내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일본의 제조업 일자리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일본의 실업률은 2017년 2월 이후 2%대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리쇼어링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로 복귀 의사를 밝힌 기업은 93개이며, 그 가운데 실제 돌아온 기업은 절반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유턴 사례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지금까지의 유턴기업 지원 정책의 성과를 논하기 민망할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달 발표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에서 유턴기업 지원의 범위를 대기업까지 확대하고 법인세 및 관세 감면 혜택을 보완하면서 리쇼어링 의지를 보였다. 지난 8월 겪은 고용 참사로 한국이 직면한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체감했다. 2018년 2분기 청년실업률은 10.1%로 더욱 심각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나가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익집단인 기업의 선택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해외를 생산기지로 선택하는 기업을 탓할 것만은 아니다. 미·일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합리적인 리쇼어링 정책으로 기업들이 돌아오게 해야 한다.

이상근(서강대 교수·경영학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