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실질 경제성장률 기사의 사진
한국 경제에 불황의 신호가 켜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추산했다. 잠재성장률(2.7∼2.8%)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소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룰 수 있는 최대치의 성장률이다. 보통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 ‘불황’으로 판단한다. 성장률을 끌어내린 건 제조업 위기에서 파생된 ‘산업 빙하기’다.

KDI는 6일 ‘2018년 하반기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3대 축(생산·투자·소비)이 모두 흔들린다고 판단했다. KDI는 세부항목의 전망치도 올해 5월 내놓은 ‘상반기 경제 전망’보다 줄줄이 낮췄다. 실질성장률은 올해 2.7%, 내년 2.6%로 기존 전망보다 각각 0.2% 포인트, 0.1% 포인트 내렸다. 투자 항목은 더 어둡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1.8%로 당초 예상치(3.5%)보다 무려 5.3% 포인트나 추락했다.

암울한 숫자의 이면에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한 생산과 투자가 있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보완작용을 바탕으로 버텼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산업의 대내외 경쟁력 약화, 조선업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반도체를 제외하고 경제를 이끌고 나갈 주력 엔진이 사라졌다. 반도체가 기침이라도 하면 전체 경제가 휘청거리는 형국에 빠졌다.

대형 투자를 이어가던 반도체 업종이 올해 조정국면에 들어가자 설비투자 증가율은 6개월 연속 곤두박질쳤다. 제조업생산능력지수도 올 9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주저앉았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KDI는 투자 부진이 성장률을 1% 포인트 정도 끌어내리는 충격을 줬다고 추정했다.

여기에다 경제를 떠받치던 소비도 맥을 못 추고 있다. KDI는 올해와 내년 총소비증가율을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했지만, 내년 민간소비증가율은 0.2% 포인트 낮췄다. 정부의 지출 증가로 전체 소비는 늘지만 민간부문에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상황도 좋지 않다. 생산, 투자, 소비의 부진으로 올해와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각각 7만명대, 10만명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KDI는 경기 하강 징후를 고려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욱 KDI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가며 하강 위험이 더 커지는 모습”이라며 “산업경쟁력 강화 없이는 성장률 회복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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