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세월호 국면전환 위해 실종자 가족 불법사찰 기사의 사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국면 전환을 위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불법 사찰하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을 회복시킬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체포하기 위해 불법 감청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이재수 기무사령관과 청와대 관계자 등 ‘윗선’ 개입 여부는 민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군 특별수사단은 6일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박모 대령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 관련 내용을 ‘정보보고’ ‘중요보고’ 등의 제목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경호실 등에 14차례 보고했다. 기무사는 2014년 5월 10일 ‘세월호 관련 주요 쟁점별 조치 방안’이라는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문건 중 ‘여론 및 PI(대통령 이미지) 관리 방안’에는 ‘6·4 지방선거 이전 국면전환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 ‘향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대정부 신뢰 제고 및 VIP(대통령) 지지율 회복’ 등이 적혀 있다. 세월호 참사 49일 후 치러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는 또 그해 6월 7일 해상 추모공원 조성 등 수장(水葬)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기무사는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색 포기를 세월호 정국을 빨리 전환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기무사는 그해 6월 11일 유병언 검거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경기도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간첩을 잡는 데 쓰이는 기동방탐장비를 투입해 2만3300여건의 불법 감청을 실시했다. 당시 청와대는 감청장비를 투입했다는 기무사 보고를 받은 뒤 ‘기무사만큼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음. 최고의 부대’라는 내용의 문건을 보내 기무사를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수사단은 이와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우진 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기무사 감청을 독려한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주요 직위자”라고만 답했다.

민간인 사찰은 전방위로 이뤄졌다. 기무사는 전남 진도체육관에 머물던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첩보 활동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사항’ 등 유가족에게 불리한 여론 형성을 위한 첩보도 수집했다.

사이버 사찰 혐의도 드러났다. 기무사는 사이버 활동 부대 인력을 동원해 유가족의 인터넷 카페 활동과 중고거래 내역, ‘중학교 때부터 엘지트윈스 팬이었음’과 같은 사생활 정보도 파악했다. 특별수사단은 “참사 기간에 ‘통치권 보필’이라는 미명 아래 권한을 남용해 조직적으로 민간인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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