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16.9% 불과… 스웨덴은 45% 기사의 사진
직원 수만 본다면 대기업이라 불러도 좋을 법한데, 직원들은 육아휴직과 거리가 멀다. ‘로켓 배송’으로 이름 난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코리아 유한회사의 직원은 3361명(지난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에서 고용노동부에 신청한 육아휴직급여 총액은 ‘0원’이다. 애를 돌보겠다고 휴직한 직원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무거운 짐을 다루는 물류회사라는 특성 때문에 남성 직원 비율이 높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설명하기 어려운 점은 있다. 육아휴직은 남성도 쓸 수 있다.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남녀에 상관없이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하면 허용하도록 규정한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회사 특성상 임시 일용직이 많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까지 육아휴직 신청자가 없었지만 올해는 육아휴직 신청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이 회사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국민일보가 6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3∼2017년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중 541곳의 육아휴직 건수가 0건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근로자 수가 250인 이상이면 ‘대기업(Large Enterprises)’으로 분류한다. 이런 기준을 차치하더라도 541곳 중 재벌그룹 계열사도 포함돼 있다.

OECD 기준보다 훨씬 큰 대형 사업장도 ‘육아휴직 0건’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근로자 1000인 이상 사업장 중 육아휴직 ‘0건’인 곳은 31곳이나 됐다. 이 가운데 공무원연금, 교직원연금에서 육아휴직급여가 지급돼 통계를 집계하기 어려운 학교, 공공부문을 빼면 민간기업 27곳이 남는다.

대형 기업에서 육아휴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7곳의 민간기업 중 19곳은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통계청 표준산업분류 기준)이다. 물류·창고업체, 경비업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남성 직원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육아휴직이 정착되지 못하는 것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저출산의 ‘숨은 원인’이기도 하다. 아이슬란드 스웨덴은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중이 각각 45.6%, 45.0%(2013년 기준)에 이른다. 두 나라는 한국보다 출산율이 높다.

이와 달리 한국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5만589명 중 남성은 8463명(16.9%)에 그친다. 그나마 지난해(11.4%)보다 사정이 나아졌지만, 남성 직원이 많고 ‘눈치 보기’가 이뤄지는 곳에서는 대기업이라도 남성 육아휴직은 남의 나라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을 돕는 육아휴직 장려금이 있지만 열악한 중소기업이 우선 대상”이라며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기업과 근로자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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