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이웃과 이웃, 나와 사회 이어 결국엔 사람과 하나님을 연결”

뉴질랜드 사회 위한 NGO ‘리커넥트’ 만든 이민 1.5세대 이송민씨

[예수청년] “이웃과 이웃, 나와 사회 이어 결국엔 사람과 하나님을 연결” 기사의 사진
뉴질랜드 이민 1.5세인 이송민씨가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 앞에서 젊은 한인 디아스포라 청년들이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세운 ‘리커넥트’의 계획이 담긴 노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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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교포 여성이 뉴질랜드 사회를 위한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었다. 이름은 리커넥트(Reconnect·다시 연결). 이웃과 이웃, 나와 사회를 이어 결국 사람과 하나님을 연결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젊은 한인 여성으로서는 처음 뉴질랜드 사회를 위한 NGO를 만들었기에 현지에서도 관심이 적지 않다. 자살 방지 캠페인 ‘행복 밀당(Happy Pull)’과 빈민을 위한 저가 생필품 시장인 ‘벼룩시장(Flea Market)’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프로그램을 수차례 기획한 이송민(28·여)씨를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외된 이의 친구

지적장애인을 위한 모금 콘서트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콘서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장애인 아이가 즐길 문화가 없다”는 학부모의 말에 이씨는 2006년 12월과 지난해 7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 교회에서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리커넥트 콘서트’를 기획했다. 음악적 재능을 지닌 교포 청년들을 모아 재능기부를 한 것이다.

친숙한 ‘해리포터’와 ‘겨울왕국’이 상영되고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로 이뤄진 클래식음악 연주가 이어지자 아이들은 춤추며 즐거워했다. 행복해하는 장애인 아이들과 가족의 모습을 보며 이씨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사 40:3)는 성경 말씀을 떠올렸다. 소외된 자, 사랑이 필요한 자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을 전하는 도구가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교회를 가득 메운 장애인과 가족 100여명에게만 즐거운 날이 아니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이렇게 사랑하며 사는구나 느꼈다”고 고백했을 때 이씨는 콘서트를 위해 5개월간 공들인 피로가 풀렸다고 한다. 이씨는 “아픔을 가졌던 이들이 하나님 가운데서 춤추고 노는 모습이 정말 천국 잔치와 같았다”며 “한 영혼이라도 하나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약자와 동행하는 그의 삶은 노숙자에게 생필품을 싼값으로 공급하는 벼룩시장으로 이어졌다. 지난여름 이씨는 개조한 차량을 거주지로 삼는 사람들이 모인 오클랜드의 ‘라누이 카라반 파크’를 찾아 장터를 열었다. 옷과 식료품 등 생필품을 1달러 이하로 저렴하게 내놓자 많은 노숙자가 찾아왔다.

한 여성은 “갈아입을 옷이 없어 더러운 옷을 계속 입었는데 정말 고맙다”며 이씨의 두 손을 맞잡았다. 한 백인 남성도 “교직에서 물러난 후 희망을 잃은 채 카라반 파크로 왔다”며 “다시 일어서서 아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꿈을 되찾게 됐다”고 고백했다.

노숙자와 함께 향초를 만들어 교회와 지역사회에 파는 자립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콘서트도 열었다. 노숙자 자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렛츠 플레이(Let’s Play)’를 수차례 진행해 아이들에게 우쿨렐레를 가르치고 종이접기와 피자 만들기를 함께했다. 한 아이는 이씨의 손을 꼭 잡고 “아빠는 교도소에 가고 언니는 집을 나갔다”고 털어놨다. 그들의 아픔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씨는 감사하고 행복했다.

NGO 리커넥트 만들어 이웃-하나님 연결

한국에 살다 1998년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주한 이씨는 이민 1.5세대다. 오클랜드대학 정치학과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NGO를 만들어 힘없는 이들을 돕겠다는 꿈을 품었다. 2015년 3월 그는 한인 최초 뉴질랜드 국회의원인 멜리사 리를 돕는 보좌관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6년에는 교회 친구인 김인아(26·여)씨와 함께 리커넥트를 설립했다.

NGO 설립은 순전히 ‘우리가 가진 달란트로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지적장애인과 노숙자 자녀들을 위한 콘서트 등 재능기부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다. 지역 학교와 도서관 등의 도움 요청이 이어졌고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하나둘 합류했다.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이 개발됐고 현재는 12명의 청년 멤버를 두고 있다.

이씨는 “리커넥트는 젊은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세운 단체”라며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통해 사회 여러 분야를 연결하고 사랑을 전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사랑으로 하나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펼쳐지고 소외된 자들에게 사랑이 흘러가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커넥트가 올해 중점적으로 하는 일은 행복 밀당 캠페인이다. 한국의 한 NGO가 시작한 캠페인을 뉴질랜드에 적용했다. 뉴질랜드도 한국처럼 청소년의 자살률이 높다. 홀로 우울해할 누군가를 위해 이씨는 “사랑을 당기세요” 또는 “미움을 미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학교와 클럽 등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붙인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오클랜드 시내 한복판에 모여 춤을 추는 플래시몹 행사도 열었다. 자원봉사자 중에도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도 캠페인에 참여하며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됐다. 긍정적 생각과 행복을 전파해 서로를 돌봄으로써 외로운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캠페인은 현지 언론인 뉴질랜드헤럴드에도 비중있게 소개했다.

북한에도 사랑 전하고 싶어

이씨는 지난 9월 재외동포 자격으로 북한에 다녀왔다. 유치원 탁아소 보건소를 방문하며 북한에서 NGO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살펴봤다. 한민족으로서 북한을 방문해 느낀 뭉클한 감정을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는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뉴질랜드 내 클래식음악 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이 콘서트를 통해 북한이 폐쇄적인 국가라는 인식이 바뀌길 기대한다. 그가 지닌 수첩에는 북한을 향한 그의 고민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북한에서 구한 사탕도 오랫동안 먹지 않고 간직한 채였다.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 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하셨느니라.”(사 1:17)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 그가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성경 말씀이다. 힘없고 소외된 이들의 친구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보좌관을 그만두고 NGO 일에 전념하는 것도 이 말씀에 따른 것이다.

짧은 만남에도 끊임없이 ‘이웃’과 ‘사랑’을 얘기한 그는 갈라진 민족을 사랑으로 연결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인종과 국가, 세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사랑으로 연결해 온 그이기에 분단된 한 민족을 잇고자 하는 꿈을 꾸는 건 당연해 보였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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