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역할 위해 파마·염색도… 가능한 힘 빼고 연기했죠” 기사의 사진
극단 실험극장이 선보이는 연극 ‘에쿠우스’에서 순수와 광기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완벽한 알런 스트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배우 전박찬. 최종학 선임기자
무대 위, 근육질 말을 어루만지는 벌거벗은 17세 소년 알런. 볼은 움푹 패었지만 눈동자만큼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빛이 난다. 어느 밤 소년은 말 7마리의 눈을 찌르고 재판에 넘겨진다. 소년을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이끈 건 무엇이었을까.

연극 ‘에쿠우스’(원작 피터 쉐퍼)는 신과 인간, 이성과 광기, 원시적 욕망과 사회적 억압 등 굵직한 질문들을 강렬한 에너지로 풀어내면서 1975년 국내 초연 이후 숱한 화제를 낳아왔다. 그리고 질문은 언제나 문제의 소년 ‘알런 스트랑’으로 시작됐다.

쉽지 않은 배역이다. 파격적 노출을 감당하고, 한없이 순수하면서도 섬뜩한 광기를 지닌 다채로운 성격을 표현해야 한다. 송승환 최민식 류덕환 등 수많은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지금껏 알런 역을 거쳐 갔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완벽한 알런’으로 평가받는 배우 전박찬(36)을 만났다. “정말 감사하다. 저 한 명에게 주는 칭찬이 아니란 걸 안다”고 한껏 몸을 낮춘 그는 “알런이 가진 소년다움을 잘 드러낸 것 같아 좋다”며 웃어 보였다.

“알런은 ‘순수한 보통의 존재’라고 생각해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만큼 정신질환자로만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은 답을 정해놓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거니까요. 힘을 빼고 절제된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했어요.”

알런 역은 2014년 공연에 이어 두 번째다. 출연이 결정되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말들과 대조를 이루는 소년의 파리한 몸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며 단기간에 5∼6㎏을 뺐다. 연출을 맡은 극단 실험극장의 이한승 대표는 이런 그를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했다.

17세 소년의 외양과 몸짓을 담아야 하는 만큼 나이에 대한 부담도 따랐다.

“알런 역을 맡은 배우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게 됐어요. 평소에 하지 않던 염색도 하고 파마도 했죠(웃음). 무엇보다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작품인 만큼 제 몸이 허락하는 에너지를 양껏 다 쓰려고 했어요.”

중학교 시절 교회에선 성극을, 학교에선 연극부를 했다. “내성적인데 연극만큼은 재밌었다. 연극이 가진 자유로움 때문”이라고 설명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해 2009년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로 데뷔했다. 이후 ‘맨 끝줄 소년’ ‘이방인’ 등의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았다. 그런 그에게 연극이란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옛날 상갓집에서 주인을 대신해 울어줬던 사람을 ‘곡비’라고 하더라고요. 연극도 그런 것 같아요. 누군가 슬프고 괴로울 때 그 사람에게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거죠.” 그는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진실한 마음을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8일까지.

강경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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