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 숙명여고, 수능확대…“교사 못 믿으니 국가가 평가하라” 기사의 사진
“교사는 믿지 못하겠으니 평가는 국가가 하라.”

지난해와 올해 2년간 교육 현장을 달궜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논쟁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교사 평가권을 존중하는 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전형을 지지하는 진영과 일제고사 방식인 대학수학능력시험 확대를 요구하는 세력의 싸움이었다. ‘교사를 어찌 믿느냐’는 학부모 성화에 문재인정부는 수능 절대평가 공약을 포기하고 수능 영향력 확대라는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교육 전문가와 교사 집단의 완패다.

숙명여고 사태는 교사 신뢰도에 치명타를 가한 사건이다. 지난 6일 쌍둥이 아빠인 교무부장이 구속되면서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숙명여고 한 곳뿐일까’란 목소리는 당연한 수순이다. ‘스쿨 미투’ 운동이 붐을 일으키자 평가권을 매개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 사례들이 수면 위로 나타났고,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고 학생부를 조작한 교사가 나오기도 했다.

고교 교육 정상화 등을 명분 삼아 교육 당국과 교육전문가들이 지난 10년 가까인 진행해 온 학생부 강화 움직임은 교사 신뢰도 추락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오는 15일 교육청들이 공개하는 초·중등학교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는 부분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법인 회계가 정립된 초·중등학교에서는 사립유치원처럼 아이들에게 써야 할 돈을 빼돌리는 사례보다 성적 처리 등에서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측한다.

교사가 ‘못 믿을 존재’로 각인되는 상황인데 교원 단체들은 딴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여전히 ‘교권 타령’이다. 숙명여고 쌍둥이 아빠가 구속된 직후인 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교원지위법, 학폭법, 아동복지법’ 등 이른바 교권 3법을 추진하고 있다. 8일부터 하윤수 교총 회장이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법외노조에 몰입 중이다. 마치 법외노조 탈피 운동이 노조의 존재 이유로 비칠 정도여서 ‘기·승·전·법외노조’란 조롱마저 나온다. 전교조 출신 교육부 직원은 “법외노조 (탈피)에만 매달리는 (전교조) 지도부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 7일 기자회견에서 “숙명여고 교무부장은 전교조 소속”이라고 비난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 단체는 지난 대입 개편 논의에서 ‘교사 믿기 어렵다’는 학부모 목소리를 결집시켜 주목을 받았다.

정부도 교사 신뢰도 추락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숙명여고 대책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 간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불신 받는 상황에선 고교 학점제 같은 정책이 오히려 혼란만 조장한다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총의 교권 제고나 전교조의 법외노조 탈피는 학생·학부모로부터 믿음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문제”라면서 “정부 대책이 아무리 촘촘해도 결국 신뢰 회복의 첫 단추는 교사 집단의 자성”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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