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못 좁혔나… 北·美 고위급회담 돌연 연기 기사의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 고위급회담 이틀째인 7월 7일 북한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돌연 취소됐다. 미 국무부가 불과 이틀 전 고위급 회담의 날짜와 장소, 참석자, 의제를 공식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미가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언제 열리는지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등 연내 예정된 일정이 줄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이번 주 뉴욕에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당국자의 회담이 후일에 열리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각자의 스케줄이 허락하면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 중인 대화는 계속된다”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약속을 이행하는 데 계속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지난 5일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뉴욕행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와 6·12 북·미 정상회담의 4개 합의사항 진전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중간선거 직전에 회담 일정을 확정했다가 선거 다음 날 새벽 전격적으로 회담 취소를 알렸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7일 베이징발 뉴욕행 항공편을 예약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달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대내적으로 북·미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지만 이후 세부 일정을 발표한 적은 없다.

미 국무부 발표 중 눈에 띄는 것은 6·12 정상회담의 약속 이행을 강조한 부분이다. 이는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4가지 합의사항 중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에, 북한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및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의제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을 향해 최근 연일 ‘비핵화 검증’을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은 “핵 신고·사찰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북한이 검증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언제 열릴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이 지난 8월 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한 뒤 다시 성사되기까지 한 달 넘게 걸린 전례가 있어서다. 다만 미국이 대화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으니 멀지 않은 시기에 개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북·미 대화의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답방이 이뤄지면 북핵 협상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이 연기됐다고 해서 무산되거나 동력을 상실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멀고 먼 길을 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크렘린궁은 이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내년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의 방러가 내년에는 가능해지길 희망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이르면 이달 중 방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지면서 함께 순연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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