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체계 개편 ‘값싼 전기’ 탈출…소비 줄겠지만 요금인상 불가피 기사의 사진
전기요금이 다시 도마에 오른다. ‘값싼 전기’라는 꼬리표를 떼고 원가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결론이 나왔다. 정부가 내년까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놓으라는 주문도 달렸다.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하면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 모두 오르게 된다. 이런 방향에는 가격 현실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만 소비자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에너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은 7일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방향에 대한 권고안’(이하 권고안)에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촉구했다. 원가가 반영되지 않은 가격체계를 문제라고 지목했다. 일례로 주택의 경우 원가가 얼마든지 간에 사용량이 200㎾h 이하면 ㎾h당 910원, 201∼400㎾h라면 ㎾h당 1600원의 전기요금을 적용받는다. 국제유가가 올라 발전단가가 상승해도 값싼 전기를 쓸 수 있는 구조다.

권고안은 ‘전력도매가격 연동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료비와 세금 등의 비용을 전력 판매금액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금액이 다른 ‘계시별 요금제’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여름철처럼 전기 사용이 많을 때 올라가는 생산비 등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산업용 등에 적용하는 할인특례제도는 축소·폐지하라고 제안했다.

다만 주택용과 농사용 등은 단계적으로 요금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계시별 요금제 외에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를 개발해 소비자 선택지를 늘릴 필요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녹색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대표적 사례다. 독일이나 미국에서 시행 중인 녹색요금제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더 비싼 가격에 사는 제도다.

이번 권고안은 가격을 정상화해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하게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최종에너지는 0.159TOE(석유환산톤·원유 1t을 연소했을 때 나오는 에너지의 양)에 이른다. 0.1초반대인 다른 국가와 비교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33위 수준이다.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통해 최종에너지 소비량을 현재 수준으로 묶을 수도 있다. 그래서 워킹그룹은 2040년에 국내에서 쓰이게 될 에너지 총량 목표치를 1억7660만TOE로 잡았다. 지난해(1억7600만TOE)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한국전력공사는 적자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전은 누진제 개편, 유가 급등, 탈원전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 1조2260억원의 손실을 봤다.

관건은 소비자 반발이다. 워킹그룹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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