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의 심리를 위한 특별재판부 구성에 대법원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위헌 소지가 있고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은 특별재판부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요청을 받고 이런 의견을 냈다. 통상적 절차에 따른 것이니 그 행위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반대 이유로 밝힌 법률적 판단도 수긍할 수 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한 특별재판부인데 위헌 소지가 있다면 오히려 불공정 시비가 불거질 테고, 3권 분립은 민주국가에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다. 이런 논리와 명분에도 대법원은 이 의견서를 국회에 보내며 대단히 민망했을 것이다. 특별재판부에 맡기자는 사건은 사법부가 스스로 3권 분립 정신을 훼손해 재판을 권력의 입맛에 맞추려 했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법원은 지금 특별재판부 반대를 외치고 나설 자격이 없다. 여론조사에서 특별재판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0%가 넘는다. 국민은 법원을 믿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특별재판부는 결코 최선책이 될 수 없다. 사법부 기능을 입법을 통해 제어하는 일이다. 사법이 정치에 오염됐으니 정치로 바로잡겠다는 발상은 사법부의 권력 예속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피의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크다. 현재 모든 피의자는 법률이 정한 법관 중 무작위로 배당된 재판부의 판단을 받고 있다. 특별재판부는 심리를 담당할 법관을 추천하고 선정해 구성된다. 특정 법관을 콕 집어 법정에 앉히는 과정 자체가 재판부를 압박하고 예단하게 만들 수 있다.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돼 재판을 하는데 그 재판이 법과 양심에 따라 이뤄지지 않을 개연성을 만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사법농단 재판은 특별재판부라는 이례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서 재판의 공정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기한이 다음주로 다가왔다. 검찰이 기소할 테고 법원은 재판부에 배당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 13명 중 절반가량은 이 사건 피의자들과 인연을 갖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런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부 구성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결자해지 책임은 사법부에 있고, 이는 사법부가 신뢰 회복을 위해 놓쳐선 안 될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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