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고받고 “국민이 생각하는 연금 개혁 방향과 눈높이가 맞지 않다”며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폭이 커지는 것을 특히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가입자의 반발을 우려해 보험료 인상폭을 낮추라는 취지인데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는 것은 연금 재정의 안정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제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재정추계위원회가 지난 8월 공개한 장기재정추계를 보면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둘 경우 보험료와 운용수익금 등으로 마련된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7년 고갈된다. 가입자 평균으로 볼 때 평생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평균 소득자의 수익비(보험료 납입 총액 대비 수령 연금 총액)는 1.8배다. 100원을 내고 현재가치로 180원을 받아가는 것이니 적립금은 당연히 고갈될 수밖에 없다. 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가입자는 점점 줄어들고, 고령화로 수급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고갈 시기는 더 앞당겨지게 된다. 연금 적립금이 고갈되면 연금제도가 오래된 유럽 국가들처럼 그해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를 걷어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2058년부터는 가입자들은 소득의 4분의 1 이상의 보험료를 납부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정부가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둘 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방안이다.

복지부가 마련했던 복수의 개혁안은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지급률)을 40%, 45%, 50% 세 가지로 나누고 보험료율을 현행(9%)보다 3∼6% 포인트 인상하는 등의 내용이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보험료 인상폭이 커지게 된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면서도 연금제도를 유지할 방안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묘안은 없다는 게 연금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초연금 등 다른 제도로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방안도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가입자에게 아무리 유리한 제도라고 해도 보험료 인상을 좋아할 리 없다. 1998년 보험료율을 기존 3%에서 9%로 올린 후 20년이 되도록 추가 인상을 하지 못한 이유다. 현 정부도 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국민 의견이 보다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하라”고 지시했다는데 이로 인해 개혁이 표류하거나 ‘찔끔 개혁’에 그쳐서는 안 된다. 꼭 필요한 개혁을 인기가 없다고 회피하는 건 무책임하다. 합리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당당하고 책임지는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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