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들었다”는 강경화, “북한으로부터 못들었다”는 조명균 기사의 사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앞줄 왼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윤성호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 회담이 갑자기 연기된 건 북한의 요청 때문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미국에 ‘서로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고 했다는 내용을 미측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전날 오찬 행사 도중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회담 연기를 공식 발표(한국시간 오후 2시)하기 직전이다. 강 장관은 “북·미가 회담 시기를 재조정하고 있다”며 “미국의 회담 준비 상황을 여러 레벨에서 파악하고 있고 남북 채널을 통해서도 이번에 연기된 북·미 회담이 조속히 열릴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일단 미국과의 회담 일정이 8일(현지시간) 하루로 너무 촉박한 데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외교안보대화에 참석하고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수행해 프랑스로 떠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마저 불발되자 전격 연기 결정을 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내년 초로 미루면서 협상판을 한 차례 흔들었다. 북한이 달라진 시간표에 맞춰 협상 전략을 수정할지, 아니면 장기전 모드로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에 회담 연기 이유를 물어봤느냐”는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아직 확인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물어볼 만하다’는 지적을 받고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지난 9월 남북연락사무소가 문을 열 때 24시간 소통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지만 정작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먼저 묻지 않고 사전에 설명도 듣지 못한 셈이다.

조 장관은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와 무관하게 남북이 연내 하기로 한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북·미 회담을 추동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한·미 간 협의 중”이라며 “예정된 시기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는 어느 정도 노선이 나와 있다. 개성∼신의주, 금강산∼나진·선봉·러시아 국경까지 경의선 430㎞, 동해선 800㎞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도로는 1차적으로 개성∼평양, 금강산∼원산으로 돼 있다”며 “동해선은 완전히 새로운 노선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발언과 관련해 남측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을 북측에 설명하고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블로그에 글을 올려 “북한으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아내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가’라는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리선권도 좋은 의도에서 웃자고 한 말일 수 있다”고 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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