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엽] 배틀 로얄 기사의 사진
‘배틀 로얄’ 장르의 게임이 인기다. 수십명이 동시에 전투 현장에 뛰어들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배틀 로얄 방식의 게임을 대중화한 건 배틀그라운드다. 지난해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한때 동시접속자 수 3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이후 포트나이트가 출시됐고, 전통의 1인칭 슈팅 게임(FPS) 강자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도 배틀 로얄 모드를 추가하는 등 배틀 로얄 열풍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배틀 로얄의 인기 원인으로 생존경쟁이라는 장르 자체가 주는 재미, 친구들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접근성 등을 꼽는다. 그중에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공정성’이다. 배틀 로얄 게임은 수십명이 전쟁터에서 동시에 모두 같은 조건으로 출발한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무기를 얻고, 친구들과 협력해 적을 물리치고, 가끔은 친구끼리 배신도 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면 실력뿐만 아니라 약간의 운도 필요하다.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게임의 법칙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된다. 적어도 배틀 로얄 게임 안에서는 금수저도, 갑질도 없다. 자신의 실력이 좋으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고, 아니면 게임에서 사라진다. 한 지인은 “삶이 서바이벌 게임인데 왜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정한 게임 규칙 안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일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을 준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게임 이용자들이 공정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배틀그라운드 사용자 이탈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동시접속자 수는 최근 1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배틀그라운드는 핵(hack)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핵은 게임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가지 조건을 조작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사용자 위치를 몰래 파악하거나 자동으로 사격을 해주는 등 다양한 핵이 배틀그라운드에 존재한다. 핵 이용자가 늘면서 배틀그라운드 이용자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굳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이 왜 배틀그라운드 핵을 막지 못하는지를 질의하는 일까지 있었다. 공정함은 시대정신이다. 게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김준엽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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