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자궁경부암 줄고 난소암·자궁내막암 늘었다 기사의 사진
난소암은 아랫배 불편감이나 소화불량, 골반 통증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많이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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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발생 수 감소하지만 난소암·자궁내막암보다 많아
5년 후엔 자궁내막암이 1위 예상, 부인암 판도 ‘서구형’으로 바뀔 듯
늦은 결혼·저출산 등 사회적 현상, 서구식 식생활 따른 비만도 원인
난소암 조기 발견 치료 어려워
새로운 진단·치료법의 개발, 항암 신약 건강보험 확대 등 필요


3대 부인암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던 자궁경부암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었던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발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 30대 젊은층에서도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발생이 늘고 있는 추세다. 발생학적으로 두 암은 서구식 식생활과 비만의 증가, 늦은 결혼, 저출산, 비혼(非婚) 등 최근의 사회적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난소암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어려워 여성암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은데도 그간 발생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암에 비해 소외돼 왔다. 이 때문에 새로운 난소암 진단·치료법의 개발과 항암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권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2000년대 초부터 변화 시작”

국립암센터와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2013년 국제부인종양학회지에 발표한 ‘1999∼2010년 한국 부인암 발생 현황’ 연구논문에 따르면 10년간 3가지 암 발생에 뚜렷한 상황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공식 암 등록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인구 10만명당 16.3명에서 2010년 10.6명으로 매년 평균 4.3% 감소했다. 반면 자궁내막암은 1999년 2.4명에서 2010년 4.6명으로 연평균 6.9%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난소암은 같은 기간 5.0명에서 5.7명으로 연 1.5%씩 증가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국가 암 통계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9.1명으로 2010년(10.6명)보다 더 줄었다. 자궁내막암은 6.1명, 난소암은 6.3명으로 2010년보다 증가했다.

2015년 신규 암 발생자 수를 보면 자궁경부암(3582명) 난소암(2443명) 자궁내막암(2404명) 순이었다. 자궁경부암이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을 상당히 앞서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한암학회 학술지에 실린 국립암센터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이런 격차는 올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다. 자궁경부암 신규 환자는 올해 2910명으로 3000명 아래로 떨어진 반면 나머지 두 암은 2700명대로 늘었다. 또 자궁내막암(2741명)이 난소암(2704명)을 추월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 임명철 전문의는 12일 “이 같은 추세라면 5년 후쯤(2023년) 자궁내막암이 1위로 올라서고 난소암, 자궁경부암 순으로 부인암 발생 판도가 ‘서구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비만이 많은 미국과 영국 등에선 자궁내막암이 가장 많고 후진국형 암인 자궁경부암의 빈도는 낮다.

자궁경부암은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한 경우가 많은데, HPV 예방백신 도입과 국가암검진사업에 따른 자궁경부암 선별검사(2년마다 한 번) 활성화가 암 발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단, 자궁경부암의 전반적 감소세에도 30세 이하 연령대에선 줄지 않고 있다. 성개방 풍조로 성경험 연령이 빨라지고 최근 젊은층이 적극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면서 암을 일찍 발견하는 기회가 늘고 있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최민철 교수는 “자궁경부암이 감소하고 자궁내막암이 증가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 추세다.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한국은 서구형보다 같은 동양권인 일본형을 따라갈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발생 빈도가 비슷하고 난소암이 그 뒤를 따르는 형태를 띠고 있다.

자궁내막암, 30세 이하에서 급증

몇 년 내에 자궁경부암과 발생자 수가 비슷하거나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자궁내막암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궁 내부를 둘러싼 얇은 층인 자궁 내막은 생리 주기에 따라 두꺼워졌다가 생리기간 생리혈과 함께 떨어져나오는 부분이다.

지나친 에스트로겐의 노출이 자궁 내막에 암을 발생시킨다.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지방 조직이 늘면 에스트로겐 분비도 증가한다. 또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으면 배란 횟수가 늘어나 호르몬 노출이 많아진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으면 그만큼 자궁내막암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궁내막암으로 진료받은 여성은 1만7421명으로 2014년(1만2310명)보다 41.5%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09.6%(2014년 145명→2017년 304명), 30대 53.2%(923명→1414명), 40대 51.4%(2411명→3650명) 늘어 젊은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999∼2010년 암 발생 통계에서도 30세 이하의 연평균 자궁내막암 증가율이 11.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80세 이상(9.5%)도 앞질렀다. 젊은 여성들 역시 자궁내막암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궁내막암은 자궁경부암처럼 정기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별검사가 없는 게 흠이다. 분당차병원 최민철 교수는 “다행인 것은 자궁내막암에 걸리면 대부분 초기 증상으로 질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찍 병원을 찾게 되고 약 80%는 병기(病期) 1기에서 발견된다. 수술 후 치료 경과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부인암센터 박정열 교수는 “출산을 완료하지 않은 젊은 여성의 경우 자궁 내막에 국한된 초기 암에 한해 호르몬 요법으로 자궁 보존 치료를 한 뒤 출산을 끝내고 자궁절제 수술을 시행할 수 있어 출산과 관련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난소암 표적항암제 건보 기간 제한 없애야

대부분 암이 많이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리는 난소암의 진료 인원은 2014년 1만4691명에서 지난해 2만1679명으로 4년간 47.6% 늘었다. 20대가 96.9%(2014년 853명→2017년 1680명), 30대 61.1%(1615명→2602명), 40대 54.9%(3268명→5063명) 늘어 역시 젊은층의 증가폭이 컸다. 폐경기 이후 중장년 여성에게 주로 생겼던 난소암 발병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난소는 난자를 만들고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곳이다. 국립암센터 임명철 전문의는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늦어진 첫 출산, 불임, 모유수유 하지 않음 등을 난소암 발병 증가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난소는 자궁 뒤편 깊숙한 곳에 위치해 암을 조기에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난소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아랫배 불편감이나 소화불량, 골반 통증,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참기 힘듦, 질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대개 다른 질환 증상과 구별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기 일쑤다.

이런 이유로 난소암 발견 당시 이미 3기 이상인 경우가 70%를 넘는다. 3기 이상 난소암은 아무리 치료를 잘 해도 70% 이상에서 재발한다. 1기암일 경우 수술만으로 9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이지만 1기암 빈도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3∼4기인 경우 5년 생존율은 25∼30%에 불과하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원 교수는 “따라서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이때 질 초음파 검사와 함께 피 검사를 통해 ‘난소암 표지자(CA-125)’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난소암의 경우 유전성이 강한 암이다. 특히 ‘앤젤리나 졸리 유전자’로 불리는 ‘브라카(BRCA 1, 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을 경우 발병 위험이 커진다. 난소암 발병률은 20∼40%, 유방암은 약 80%나 된다.

따라서 엄마나 자매 등 난소암 가족력이 있다면 꼭 브라카 유전자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2012년부터 이 유전자 검사는 물론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 난소암 예방 목적으로 난소·난관을 잘라내는 수술에도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새로 출시된 ‘표적 항암제’(성분명 올라파립)가 암 재발을 늦추고 무진행 생존기간을 현저히 늘렸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환자들에게 고무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이 표적 항암제의 건강보험 적용 기간이 15개월로 한정돼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투약 중단 사례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건강보험이 안될 경우 한 달 약값은 580만원으로 1년에 7000만원 정도 든다. 임명철 전문의는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특히 치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료 효과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년 전 브라카 유전자를 지닌 난소암 4기를 진단받고 의사 권유로 이 표적 항암제를 10개월째 써 온 A씨는 “5개월 후 건강보험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진다”면서 “월 500만원 이상의 약값을 감당할 수 없다. 삶을 포기하라는 소리”라며 건보 지원 확대를 호소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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