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계속되는 ‘노동계 옥죄기’, 노무현정부 트라우마와 사회적 대타협 절실 기사의 사진
여당과 정부, 청와대에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노동계를 압박하는 발언이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노동계의 양보가 절실한 현실적 상황, 노무현정부 당시처럼 노동계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한목소리로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노동계의 양보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작금의 심각한 고용 위축과 자동차산업 부진, 그리고 형편이 더 어려운 노동자들을 고려해 현대차 근로자들께서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재차 수용을 압박한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일반 완성차 업체의 절반 수준 연봉을 주되 정부와 광주시가 주택과 의료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소속인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협약이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뿐 아니다. 여당과 노동계는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로 충돌한 이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민주노총 참여 여부 등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여당은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동계도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책임감 있는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화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도 “각 경제주체들 간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노동계도 책임 있는 경제주체”라며 “‘노동계 의견을 100% 안 들어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대결적 관점이 아니라 어려운 경제를 감안해 공존·상생하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오는 20일까지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탄력근로제 등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데드라인까지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탄력근로제는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총마저 ‘개악’이라며 총력 반대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 ‘노무현정부 트라우마’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친화적인 정부를 내세웠던 노무현정부가 노동계와 수차례 충돌하면서 지지 기반이 흔들린 것을 문재인정부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여당에는 ‘당시 정부가 노동계를 위해 노력했는데, 노동계는 노무현정부를 흔들었다’는 생각이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무현정부가 노동계를 탄압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발언은)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기 전에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추진과 관련해 “일각에서 ‘이명박·박근혜정부 3기’라는 말도 나오지만 ‘노무현정부 시즌 2’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앞서 여당은 민주노총을 향해 “말이 안 통한다”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고 했고 민주노총은 여당을 향해 “무지하고 오만하다”고 반격했다.

당내에서는 노동계와 대립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노동계 출신의 한 의원은 “여당이 민주노총을 지금 비난할 입장은 못 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의원들이 다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며 “누군가는 손을 내밀고 대화도 해야 하는데 그런 자세는 없이 무조건 노동계를 비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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