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과학] 약한 핵력과 음이온 기사의 사진
베타붕괴를 규명한 엔리코 페르미(Wikipedia public domain)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1933년 약한 핵력 작용으로 원자핵에서 전자가 방출되는 베타붕괴 현상을 규명했다. 약한 핵력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다음으로 발견된 자연계의 4번째 힘으로 원자핵의 베타붕괴를 매개한다. 중성자에 약한 핵력이 작용하면 양성자로 붕괴되고 전자와 중성미자를 방출하는데, 이 전자를 베타선이라고 한다. 이 베타선이 최근 이슈가 되는 음이온 제품의 방사선 문제와 관련 있다.

음이온을 쐬면 살균효과는 물론 피로회복 등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생겨나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침대, 벽지, 팔찌 등 각종 가구, 건강보조기구 등에 음이온 제품이 많이 판매되었다. 그런데 음이온을 만들기 위해 베타선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 광물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 모나자이트는 주로 화강암에 포함된 희토류 광물로 우라늄, 토륨 등 방사선 물질을 함유한다. 이 방사선 물질들이 여러 단계의 핵붕괴 과정을 거치는 중에 베타선인 전자가 방출되고 이 전자가 공기분자를 이온화시켜 음이온이 만들어진다. 심각한 건 핵붕괴 과정에서 기체상태인 라돈도 생성되며 라돈에서 헬륨핵인 알파선이 방출된다는 점이다. 라돈 반감기는 3.8일로 몇 주 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모나자이트에서 꾸준히 생성된다는 게 문제다. 기체인 라돈은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될 경우 체내 방사선 피폭량을 늘릴 수 있다. 음이온 효능이 의학적으로 규명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하니 방사선 피폭을 감수하며 굳이 음이온 제품을 쓸 필요는 없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규명한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발생시키는 원인 물질이다. 특히 화강암 성분이 많은 국내에서 토양, 집 내부 물질 등에서 미약하지만 꾸준히 생성될 수 있다. 집안 내부를 주기적으로 환기시켜 기체상태인 라돈을 배출시킬 필요가 있다. 환기하기 어려운 추운 겨울철에는 더욱 유념할 일이다.

이남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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