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화가의 심장 기사의 사진
안창홍 ‘화가의 심장’. 알루미늄망, 석고붕대, 아크릴물감. 60x42x42㎝ 아트비트갤러리
검붉은 심장이 펄떡인다. 끊어진 동맥줄기 위로 선연한 피가 솟구쳐 오를 기세다. 갓 떼어낸 심장에는 검은 줄이 옥죄듯 감겨 있다. 굵고 거친 가시넝쿨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로마병정들이 예수를 조롱하며 머리에 씌웠던 가시면류관을 닮았다. 검은 쇠넝쿨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아픈 생채기가 날 것만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엄습하는 조각이다.

화가 안창홍은 요즘 입체작업에 푹 빠져 지낸다. 수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는 틈틈이 석고, 시멘트를 치대며 조각에 도전했는데 근래에는 커다란 인간두상과 릴리프(부조)를 잇따라 제작했다. 그리고 올가을, 새롭게 시도한 것이 ‘화가의 심장’이다. 많고 많은 인간의 장기 중에서 ‘심장’을 택한 것은 격랑의 시대를, 그 거센 파도를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맞닥뜨렸던 이 땅의 이름 없는 이들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 시대의 부조리와 통증을 직시하고, 이를 예술로 증언하기 위해 숱한 밤을 지새웠던 작가 자신의 절실했던 순간도 담겨 있다. 안창홍은 “나는, 작가는 시대의 증언자로서 늘 깨어 있어야 하고, 훗날 자신의 예술을 통해 그 시대의 통증을 반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 때문일까? 그의 회화와 조각은 예쁜 것이 하나도 없다. 불편하고 신랄하다. 흥겨운 꽃노래만 불러왔던 이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진실이 켜켜이 녹아들어 있다.

이 땅의 수많은 을들이 끝끝내 감내해야 했던 아픈 삶을 안창홍은 펄떡이는 심장에 또다시 꾹꾹 눌러 담는다. 그 심장은 잡초처럼 강인하고, 슬프지만 지독하게 아름답다. 동맥을 끊어내도 펄떡인다.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안창홍은 묻는다. 오늘, 당신의 심장은 펄떡이고 있는가?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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