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라동철] 에너지 전환 기사의 사진
에너지 분야 민간 전문가 70여명이 참여한 워킹그룹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방향 권고안’을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20년 앞까지 내다보고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산자부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제3차 기본계획(2019∼2040년)을 수립하게 된다.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지난해 7.6%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25∼40%로 확대하고 2040년 최종 에너지소비를 지난해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원전과 석유·석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원전 발전 비중은 1995년 23.8%에서 2016년 17.9%로 낮아졌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7.8%에서 24.6%로, 천연가스 비중은 12.5%에서 27.5%로 늘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각각 50%와 40%로 확대하기로 했고 영국은 2020년 30%, 일본은 2030년 22∼24%로 늘릴 방침이다.

에너지 선진국들이 기술이 있는데도 원전 비중을 줄여가는 것은 이념 때문이 아니라 원전의 위험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당장은 발전 단가가 낮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파괴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거듭 확인했듯 원전사고는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했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몇 년 전 한 심포지엄에서 ‘일본의 기술력으로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사고를 겪은 후 원자력이라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탈원전 만이 해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기술이 발전했다지만 100% 안전한 원전은 없다. 방사능폐기물 처리 비용과 해체 비용을 감안하면 원전은 결코 저렴한 발전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은 가야 할 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의 에너지 수급 체계, 전환에 따른 부작용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해 국민 공감대 속에 추진해야 한다.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를 둘러싸고 환경파괴 논란,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라고 하지만 야산 기슭이나 저수지 등을 뒤덮는 태양광 패널을 보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하다.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는 재검토돼야 한다. 새만금처럼 대형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도 필요하지만 주택이나 빌딩, 공장 등 전력이 소비되는 지역에 태양광 시설을 보급하고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여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가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양적 확대에 급급하지 말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수요 관리와 함께 가야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과소비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OECD 회원국 가운데 5위였다. 1인당 전력소비는 일본보다 32%, 독일보다 60% 많다는 통계도 있다.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고, 그만큼 소비를 줄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과소비 체계를 그대로 둔 채 공급만 늘리는 건 금이 간 독에 물 붓기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공공이나 민간 부문 모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유도해 가야 한다.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온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잡는 것도 방법이다. 원가에 못 미치는 산업용·농업용 전기요금 현실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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