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비포 & 애프터’ 남자도 된다 기사의 사진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 메이크업 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이 말은 남성들에게도 통하는 얘기가 됐다. 모공이 넓고 피부 결이 거친 남성들을 위해 전용 클렌징 제품까지 나왔다. 모델이 화장을 지우기 전(왼쪽)과 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애경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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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딸과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신영정(47)씨는 최근 낯선 경험을 했다. 딸(20)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화장은 하지 않겠다”며 쓰던 화장품을 전부 신씨에게 건넸다. 반면 아들(17)은 “같은 반 친구들이 많이 쓴다”며 비비크림 성분이 들어간 선크림을 사다달라고 주문했다. 신씨는 “대학생 딸은 화장이 싫다고 하고, 고등학생 아들은 화장품을 찾는 걸 보니 신기했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에겐 낯설지만 10∼20대에게 ‘화장하는 남자’는 더이상 새롭고 특이한 사례로 여겨지지 않는다. 남자들이 엄마, 여자친구, 아내가 사주는 대로 화장품을 쓰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자신의 피부 타입에 잘 맞고 자신의 필요에 부합하는 화장품을 직접 고르는 그루밍(Grooming·몸단장)족이 늘면서다.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18일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남성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이다.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10년부터 연평균 6% 이상씩 성장하면서 2013년 시장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기준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 1843억원에 이르렀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화장품 업계도 남성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남자들도 스킨 하나만 바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에센스도 바르고 에멀전도 바른다. 다만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도록 제품 하나에 다양한 기능을 담아 편리성을 더했다.

남성 그루밍 케어의 고급 라인인 헤라 옴므는 남성의 ‘5대 피부 고민’인 피지, 모공, 건조, 피부톤, 주름을 세밀하게 케어해주는 보습 제품들을 내놨다. 안티에이징, 유수분 밸런스 조절,·각질케어 등 기능성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스킨케어 제품이 세분화되면서 남성 전용 아이크림도 출시됐다. LG생활건강은 허브 코스메틱 브랜드 빌리프에서 남성 전용 아이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하나의 제품으로 간편하게 피부를 관리하는 올인원 제품뿐 아니라 아이크림과 같이 특정 부위를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제품까지 남성 화장품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화장품만 강화된 게 아니다. 메이크업 제품들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성들이 비비크림이나 파운데이션을 쓰는 것처럼 피부 톤을 잡아주는 남성 화장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 아이오페는 2014년 피부 톤을 티 나지 않게 보정해주는 남성 전용 쿠션을 출시해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비크림처럼 색감이 들어간 남성 전용 선블록 제품도 많아졌다. 피부 톤에 따라 연한 색, 진한 색을 골라 쓸 수 있도록 제품도 세분화되고 있다.

남성 메이크업 제품의 인기는 모바일 커머스 업체 티몬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남성 화장품 판매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대 남성 판매 2위 제품군은 블랙몬스터 화장품들이었다. 블랙몬스터는 비비크림, 립 틴트, 아이브로, 다운펌 제품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남성 화장품 전문 브랜드다. 피부를 보정해주는 메이크업 제품뿐 아니라 입술을 선명하게 해주는 립 제품, 진한 눈썹을 연출해주는 아이브로 제품들도 20대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 앤드 뷰티(H&B) 매장에는 남성 화장품만을 모아놓은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고, 제품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10∼20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올리브영의 남성 카테고리 신장률은 연평균 40%를 웃돈다. CJ올리브네트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올리브영의 남성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올리브영은 2012년 명동본점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대부분 매장에서 그루밍존을 마련해 남성 화장품들을 따로 모아 판매하고 있다.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남성 화장품도 메이크업 쪽이 강화되는 추세다. 2010년 이전에는 왁스 등 헤어제품 위주였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초화장품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라이너, 메이크업 쿠션, 눈썹정리기, 붉은 입술을 연출해주는 립밤 등 메이크업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 전용 메이크업 도구도 다양해졌다. 남성 전용 눈썹 칼, 눈썹 정리를 쉽게 해줄 수 있는 가이드 스티커, 얇은 셔츠를 입었을 때 속살이 비치지 않게 해주는 남성용 니플 밴드, 다리털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남성용 다리털 숱 정리기 등 아이디어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외모를 가꾸는 남성들이 늘면서 관련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제품군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남성들의 소비 패턴에 맞춰 다양한 그루밍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성 전용 클렌징 제품도 많아졌다. 클렌징의 중요성은 남성에게도 다르지 않다. 화장품 전문가들은 남성의 경우 메이크업을 하지 않더라도 클렌징을 꼼꼼하게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애경산업 남성화장품 브랜드 담당 이지해 연구원은 “남성 피부는 여성보다 콜라겐 층이 25% 가량 더 두껍고 수분 함량은 83% 정도 적은 편”이라며 “피지 분비가 여성보다 4배 이상 활발하게 일어나 트러블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꼼꼼한 세안이 필수”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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