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형량, 음주 때 보다 비음주 때 가중처벌” 기사의 사진
술에 취해 벌인 범죄에 심신미약을 인정할지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범죄 4건 중 1건, 성폭행 사건은 절반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벌어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성폭행 사건은 음주 후 우발적으로 이뤄진 경우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19일 ‘판결문을 통해 본 음주 감경 분석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음주와 양형’ 학술대회에서다. 김 교수는 2009년 7월 성범죄에 양형 기준이 도입되고 이후 성범죄에서 친고죄가 폐지된 점 등을 고려해 2017년 9월과 2007년 9월의 성범죄 1심 판결문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007년 9월 177건이던 성범죄 재판 건수는 지난해 9월 469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제추행이 80건에서 281건으로,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이 4건에서 61건으로 증가했다. 이 중 지난해 9월 선고 사건 가운데 피고인이 음주 후 저지른 사건은 25%로 나타났다. 특히 성폭행 사건의 경우 50% 이상 음주 이후 발생했고, 이는 2007년 9월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수백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2007년 9월과 2017년 9월을 비교해 봤을 때 법원이 음주에 대해 더 관대하게 판결한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시점에서 ‘음주 후 성범죄’와 ‘비음주 성범죄’의 형량을 비교했을 때는 전자의 경우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음주 성범죄의 평균 형량은 징역 26개월이었지만 비음주 성범죄는 18개월가량이었다.

성폭행의 경우는 반대 경향을 보였다. 술을 마시지 않은 경우 평균 징역 41개월이, 술을 마신 경우 평균 32개월이 선고됐다. 김 교수는 “회식이나 음주 등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우발적 범행에 비해 계획적인 강간 범행 등을 가중 처벌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범죄에 대해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량을 낮출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안에 따라 양형 기준을 넘는 양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형표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는 “피해자의 피해 정도나 억울한 사정을 수사나 재판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경청할 만하지만 과실범인 위험운전치사죄를 고의범인 살인죄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형사법 체계나 책임주의원칙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양형 기준은 기존 양형 통계를 바탕으로 다수의 전형적 사건들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사안에 따라 권고형량 범위를 따르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과감하게 양형 기준을 넘겨 양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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