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소녀들’ 아름다운 선율로 비상 꿈꾼다

내달 열리는 기독교세진회 50주년 음악회 준비에 열중

‘6호 소녀들’ 아름다운 선율로 비상 꿈꾼다 기사의 사진
아동보호치료시설인 경기도 양주 나사로의집 소녀들이 20일 시설 2층 강당에서 밴드를 이뤄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 나사로의집(원장 박재숙) 2층 강당. 백색 형광등이 꺼지고 노란 스포트라이트가 켜지자 소녀들이 무대에 올랐다. 기타 베이스 드럼스틱 마이크를 각각 잡은 소녀들은 얼리셔 키스의 ‘이프 아이 애인트 갓츄(If I Ain’t Got You·네가 내게 없다면)’를 연주했다. 돈 명예 권력보다 단 하나의 사람이 소중하다는 가사에 소녀들은 자신과 부모, 하나님을 대입했다.

이들은 세상에서 6호 소녀로 불린다. 법원은 비행 청소년을 1호에서 10호로 나눈다. 1∼5호는 가정에서 보호관찰을 받으며 7∼10호는 소년원에 간다. 6호는 그 사이에 있는 아이들로 소년원보다는 사회와 격리된 아동보호치료시설에서 6개월을 보내는 이들이다. 가정의 불화, 사회의 부족한 보살핌이 조금만 해결된다면 비행(非行) 청소년에서 비행(飛行) 청소년으로 변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20일 만난 소녀들은 다음 달 4일 열릴 교정선교단체인 기독교세진회(정지건 이사장)의 50주년 음악회를 위해 연습 중이었다. 소녀들을 위해 꾸준히 찾아와 예배와 격려, 후원을 나누는 기독교세진회 식구들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3000명 넘는 관객을 앞에 두고 공연할 생각에 기뻐했다. 한 아이는 “강남은 처음 가본다”며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옷도 입을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현대 기독교 음악(CCM)인 ‘아맞다(박수진)’를 불렀다. “하나님이 날 참 사랑하시네”라는 후렴을 하며 목에 힘을 주기도 했다. 교회에서 기타를 쳤다는 소녀, 피아노를 8년 배웠다는 소녀까지 또래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한 아이가 “음이 이탈하거나 가사가 틀려도 귀엽게 봐줬으면 좋겠다”며 음악회를 찾을 손님들에게 미리 인사를 전했다.

“빛나던 너를 너도 알잖아, 너도 태양 같은 널 생각해. 넌 행복해 넌 웃어봐 용기를 내서 너의 날개를 보여줘.”

A양(15)이 요즘 가사를 쓰고 있다며 직접 지은 노래를 불러줬다. A양은 “가족들이 오빠만 좋아해 질투가 났다”며 “가족들에게 잘 보이고자 방을 닦았는데 걸레가 아닌 행주로 닦았다고 혼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런 상처를 치유하고 음악인의 꿈을 꾼다는 그에게 기독교세진회 총무인 이일형 목사는 “네가 얼마나 빛나는지는 무대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회복하면 인생도 멋지게 연주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아이들은 함께 노래 부르며 조화를 이루고 성장해갔다. 혼자 연습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노래할 때 예쁜 소리가 난다는 사실도 배웠다. 처음에는 악보도 읽을 줄 몰랐던 아이도 이제는 기타 코드를 제법 잘 잡는다. 아이들이 만든 밴드의 이름은 ‘레인보우’.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이들이 조화를 이뤄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자는 뜻이다.

음악인의 꿈을 꾸는 이는 손을 들어보라는 기자의 요청에 네다섯 명이 수줍게 손을 들었다. “음악인이 되는 건 돈이 많이 들잖아요. 피아노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 목사는 “처해있는 환경이 다소 어려웠을 뿐,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가 이들”이라며 “아이들이 진짜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복음을 받아들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주=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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