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사할린의 봄 기사의 사진
조성용 ‘유즈노사할린스크, 4월’ 캔버스에 유채. 2013. 경기도미술관
사할린은 러시아 동쪽에 위치한 섬이다. 한국 면적의 90%인 이 섬의 인구는 약 55만명이고 우리 동포 3만여명이 살고 있다. 1905년부터 40년간 사할린을 점령했던 일본은 이곳 탄광과 벌목장에 조선인을 끌고 가 노역을 시켰다. 그렇게 끌려간 한민족은 일제가 떠난 뒤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척박한 땅을 개간하며 농사를 지었다. 강인한 생존력으로 황무지를 사람 사는 땅으로 만들었다. 사할린의 주도(州都)인 유즈노사할린스크의 풍경을 담담한 필치로 그린 화가는 조성용(1960∼)이다. 조성용의 부친은 경북 군위 출신으로 오사카에 살다가 열아홉이던 1940년 사할린에 갔다. 일본 패망 후 귀국할 수 없었던 그는 동토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가정을 꾸렸다. 그의 아들 조성용은 그림에 특별한 재능이 있어 미대 졸업 후 사할린을 대표하는 화가로 자랐다. 사할린예술디자인대학 교수인 아들은 안톤 체호프를 기리는 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성용은 자신이 낳고 자란 도시풍경과 사할린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다. 특히 개발 여파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외곽 풍경을 즐겨 화폭에 담는다. 낡은 판자를 얹은 창고 뒤로 크고 작은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도시는 나지막한 산에 안기듯 둘러싸여 있다. 4월, 봄이 왔지만 산은 아직 겨울이고, 공기도 싸늘하다. 하지만 붉은 지붕을 인 집들에선 따뜻한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부친의 가슴 아픈 이주사(史), 그 고통스러웠던 삶을 고즈넉한 도시풍경에 차분히 녹여낸 조성용의 그림은 경기도미술관이 기획한 ‘코리아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에 출품됐다.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 거주하는 동포작가 25명이 초대된 전시에는 비극적인 이주사를 딛고, 겨레의 응집력을 보여주는 작품 110점이 내걸렸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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