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정승훈] 공정의 문제와 최후통첩 게임 기사의 사진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은 경제학자가 처음 고안하고 심리학자들이 주로 활용했다. 이 게임의 기본 얼개는 첫 번째 사람에게 일정한 돈을 주고 두 번째 사람과 이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은 첫 번째 사람의 제안을 수락할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사람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첫 번째 사람이 제안한 금액대로 두 사람이 나누어 갖지만, 두 번째 사람이 제안한 액수를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타인의 몫을 뺏는 등의 도덕적 문제가 없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전제하면 이 게임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은 제안된 액수에 상관없이 두 번째 사람이 제안을 수락하는 것이다.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 첫 번째 사람들은 대부분 40∼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대방에게 제안했고 거의 제안이 수용됐다. 제안된 금액이 30% 미만일 경우엔 상당수의 두 번째 사람은 기꺼이 한 푼도 못 받는 것을 감수하면서 제안을 거부했다. 거절하면 한 푼도 없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제안에는 경제적인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수락하지 않았다. 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제안이 얼마나 공정한가 하는 부분도 결정에 큰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은 여기서 더 나아가 첫 번째 사람이 두 번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분배하는 실험이다. 분배는 첫 번째 사람의 결정대로 이뤄지며 두 번째 사람은 자신에게 분배된 몫을 거부하거나 협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실험 결과 첫 번째 사람은 평균적으로 75%를 자신이 갖고 25%는 두 번째 사람에게 나눠줬다. 분배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얻는 만족도가 일정 부분 상대방의 만족도에도 달려 있다는 의미로 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정부 정책의 큰 근간은 ‘공정’의 문제다. 최근에는 사회 전 분야의 생활적폐 해결을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삼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공분야 채용 비리와 불공정 갑질도 대표적인 생활적폐로 꼽혔다.

공공분야 채용 비리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계기가 됐다. 정규직 전환 요구는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의 난제였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은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사회보장 혜택에서도 소외돼 있다는 목소리는 결국 “공정하지 않다”는 아우성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선 큰 진전이 있었다.

눈여겨볼 것은 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공정의 문제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고용 세습 등 비리는 물론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에도 공정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사에 최근 입사한 정규직 사원들은 “공사 입사를 위해 노량진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건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TV 카메라 앞에 나서진 못해도, 이름을 내놓고 얘기하진 못해도 취업 준비생이나 심지어 공사가 아닌 일반 회사에 취업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하에서, 해당 기업이 요구하는 지식과 조건을 갖추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힘겹게 노력해왔던 이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면 이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너희는 이미 기득권이야!”라고 재단하기에 앞서 이들의 얘기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구성원 100%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그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온전히 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특히 공정의 잣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25%에 주목하지 않으면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최후통첩 게임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정승훈 사회2부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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