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이스라엘 ‘9900 정보부대’ 기사의 사진
이스라엘은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 불릴 정도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벤처기업의 경쟁력이 탁월한 나라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원천이 이스라엘군이다.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 때문에 첩보와 군 보안을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의 IT문화가 싹텄다.

이스라엘 정보부대 중 널리 알려진 이름이 ‘8200부대(Unit 8200)’다. 신호정보(signal intelligence·SIGINT)를 모으고 암호 해독을 담당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정하지 않지만 2010년 스턱스넷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심어 이란 나탄즈 핵시설 원심분리기의 가동을 중단시킨 게 이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기술생태계에 데이터 과학자,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코드 작성자(coder) 등 인력풀을 제공해 온 원천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 기술업계 및 벤처캐피털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정보부대가 ‘9900부대(Unit 9900)’다. 이곳은 지형 분석과 정확한 지도화(mapping), 시각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곳이다. 지리공간 데이터와 위성 이미지, 고고도 감시 이미지 분석이 강점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8200부대가 이스라엘 지상의 ‘귀’라면 9900부대는 하늘의 ‘눈’이라고 했다.

9900부대 출신들의 부상은 ICT의 새로운 흐름과 관련이 깊다. 구글, 우버, 아마존과 애플 등 IT 공룡들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자율주행 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 핵심적인 기술이 이미지 분석과 머신 비전(machine vision·기계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시각과 판단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9900부대가 선도하는 분야다. 9900부대 출신들은 특히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에 많이 채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구글이 2013년 10억 달러에 인수한 웨이즈(Waze), 대중교통 정보앱 무비트(Moovit) 등이 포함된다.

9900부대원들은 드론과 위성이 보내는 엄청난 양의 이미지에서 유용한 군사정보를 추출하는 게 주 업무다. 이 업무에 타인과의 소통에는 서툴지만 관찰력과 기억력이 비상한 자폐증 환자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풍경에서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개발에 주력해 왔는데, 이것이 이스라엘의 IT경쟁력으로 돌아오고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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