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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순애] 달라진 입원실 풍경

[기고-신순애] 달라진 입원실 풍경 기사의 사진
필자의 어머니는 20여년 전 직장암으로 3년 정도 투병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전업주부였던 언니와 올케는 번갈아가며 어머니의 입원생활을 함께했다. 어머니의 몸을 닦고, 머리를 감기고, 식사를 챙기고 치우며, 어머니 침대 아래 보호자 침상에서 쪽잠을 잤다. 퇴근 후 혹은 주말에나 겨우 어머니를 뵈러 갔던 필자는 그때마다 언니와 올케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고령화,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가족 간병은 이제 가족 전체에게 더 큰 경제적, 심리적, 육체적 부담이 되고 있다. 그래서 간병 부담이 개인 차원의 불행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국가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가치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정부는 2015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입원환자에 대해 가족 간호, 사적 간병인의 상주 없이 의료진과 간호 인력이 전적으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안녕을 돌보는 제도다. 더 많은 간호 인력이 근무하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보살피며,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을 도와준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병원의 풍경을 몰라보게 변화시켰다. 환자 침대와 보호자 간이침상으로 비좁기만 했던 병실은 보다 넉넉한 공간이 되었다. 여기저기 복잡하게 자리를 차지하던 간병인의 물품이 사라졌고, 스멀스멀 올라오던 시큼한 반찬 냄새, 보호자나 간병인이 나누던 대화 소리는 자취도 없다. 하루에 몇 번씩 과일주스를 들고 병실 안팎을 이리저리 서성이던 방문객도 떠났다.

깔끔하게 정돈된 침상과 환자 물품을 보관하는 작은 수납장, 침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과 도움이 필요할 때 누를 호출 벨이 이 모든 사라진 것을 대신한다. 병원의 간호 인력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은 3배 이상 늘었다.

연구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동의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병동보다 높았고, 통합병동 환자의 낙상이나 욕창 경험률은 낮아 환자에게 보다 더 안전한 의료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2018년 10월 기준 472곳 3만4000개 병상이다. 전국 대상 병원의 30%이며, 전국 병상 수 기준 13%로 모든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이 더 많이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인센티브와 홍보를 통해 병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신규 참여 병원이 서비스 도입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병원 간 입원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선도병원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소득수준이나 거주 지역에 따른 차등 없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참여 병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나의 정책이 제대로 정착되기까지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 많은 간호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그들이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야 한다. 병원은 달라진 환경에 대비하고 적응해야 하며, 우리 국민의 인식 수준도 거기에 맞게 바뀌어가야 한다.

병원, 간호 인력, 의료전달체계, 보험재정, 국민부담 등 여러 부문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여 있다. 더디지만 올바른 형태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

교환원이 전화를 연결해 주던 시대가 있었다고 요즘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무슨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냐고 할 것이다. 입원병실에서 가족 중 누군가는 함께 먹고 자며 환자를 돌봤다는 얘기도 그렇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옛날이야기가 될 날을 기대한다.

신순애 국민건강보험공단 보장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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