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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양기호] 한·일,이민국가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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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에서 이민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약 500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한 지 한 달 만에 무려 71만명이 청와대 청원 홈피에 반대 서명을 했다. 난민법에 따라 75%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노동력 부족으로 내년 4월 외국인에게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는 문제를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숙련 노동자의 장기 체류와 가족 동반이 인정되고 실질적인 이민정책이 될 수도 있다. 의료비나 연금제도, 지자체 수용력 등 문제가 많아 국회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작년 말 한국 내 외국인은 218만명으로 최근 5년간 매년 8.5%나 증가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순이며 총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4.2%에 달한다. 일본도 263만명으로 매년 17만명씩 늘어나 총인구 대비 2%를 차지한다. 외국인은 늘지만 출산율은 떨어져 지자체 소멸 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39%인 89개 지자체가, 일본은 2040년쯤 절반이 넘는 896개 지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출산율이 낮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1.05, 일본은 1.44이다.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접어드는 한·일은 본격적인 이민 정책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숙련공 장기 체류를 허용하고 있으며 가족 일시 방문도 가능하다. 일본도 앞으로 5년간 외국인 노동자 34만명에게 영주권 부여를 검토 중이다.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가 늘면서 양국은 사실상 이민사회이지만 이민국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일은 이민이나 난민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민청 같은 단독 기관이 없다. 한국이나 중국은 구 소련계 재외동포를 노동력으로 수용하고 있다. 일본도 일본계 브라질인이 많다. 두 나라가 아직 혈연주의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민에 대한 국내 합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에는 반이민을 주장하는 저서나 주장도 넘쳐난다. 사에키 히로후미의 ‘이민 불요론(移民 不要論)’은 대표적이다. 그에 따르면 인구 1억명 이상 유럽국은 없고 일본의 적정 인구는 기껏해야 7000만∼8000만명이다. 필리핀은 지나친 인구 증가로 성장률이 정체됐고 인구가 부담이다. 이스라엘이나 싱가포르는 인구 부족을 인재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중국인 유입으로 문화충돌과 이질성에 따른 혼란 우려도 제기한다. 지난해 아산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도 외국인 유입으로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26%로 높다. 예멘 난민을 둘러싸고 지나친 편견과 가짜뉴스가 확산되면서 이민 반대 정서가 두드러졌다. 특히 이슬람이 강한 중동지역에 대한 거부감은 67%로 예멘 난민 반대와 중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이 크게 늘면서 한·일이 이민국가로 바뀌어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이민증가율이 가장 높고, 외국인 218만명은 충남 인구(211만명)보다 많다. 전체 외국인 가운데 90일 이상 장기 체류자 비율도 71%나 된다. 일본은 작년에만 이민이 18만명이나 늘었다. 2020년 올림픽 시설 건설 붐, 고령화에 대비한 개호(介護)인력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14개 업종 35만명의 외국인노동자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한국과 일본은 이민국가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호주의 사례는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중소기업 간 소통, 수요와 공급의 균형, 절차 간소화와 유연한 시스템, 이민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 확보, 국민에게 필요한 고용 기회 제공도 불가결한 조건이다.

단기 순환 교대형 노동이민정책에 머물지 말고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인구정책 시점에서 이민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의 다문화, 일본의 다문화공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본격적인 이민국가로의 전환을 고민할 때다.

양기호(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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