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가 전체 소득 43% 차지… 진입장벽도 생겨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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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업 소득 등 ‘비근로’ 분배가 대폭 악화됐기 때문
대기업 근무 여부 따라 격차 커 하위 계층 소득 향상이 ‘과제’


한동안 잦아들던 한국의 소득 불평등 현상이 견고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악화돼 2016년까지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10% 고소득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의 연봉으로 대변되는 연소득 7000만원 안팎에서 ‘진입장벽’도 감지된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 정도는 전 세계로 놓고 보면 평균 이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선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위까지 나빠졌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 현황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참여해 유명해진 ‘세계 자산·소득 데이터베이스(WID)’에 최근 업데이트됐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최신 연구를 반영한 결과다. 한국은 기존에 2012년까지의 소득 불평등 정도만 추적돼 왔다. 이번 자료 갱신으로 2016년까지의 현황이 세계적으로 공개됐다.

25일 WID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한국에서 소득 상위 10%는 전체 인구의 소득 가운데 43.32%를 벌어들이고 있다. 상위 1%가 거둔 소득은 전체에서 12.16% 비중을 기록했다. 상위 1% 그룹이든, 상위 10%이든 고소득층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이후 최대치다.

고소득층으로의 소득 집중은 2010년대 들어 잠깐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다 2013∼2014년부터 소득 집중과 양극화라는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2016년까지) 최근 2∼3년간 다시 ‘고개를 드는’ 양상”이라고 표현했다. 상위 10% 그룹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3.13%에서 2013년 42.55%까지 떨어졌지만 2014년부터 높아졌다. 상위 1% 그룹의 비중 역시 2014년부터 상승 반전했다.

김 교수는 양극화 현상이 재차 가동된 이유에 대해 “금융소득과 사업소득 등 비근로소득의 분배가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근로소득은 2010년대 들어 어느 정도 불평등이 해소되는 국면으로 움직였다는 게 김 교수의 연구 결과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았던 하위 그룹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세가 고소득층보다 빨랐다.

그러나 노동이 아닌 자본에 뿌리를 두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근로소득에서 얻어졌던 ‘분배 효과’는 상쇄됐다. 말 그대로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현상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피케티 교수가 짚은 부의 집중 원인이 한국에서도 적용된 셈이기도 하다. 피케티 교수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면서 부의 집중이 가속화했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 현황은 통념과 달리 ‘꼭대기 계층’보다 상위 10% 수준에서 심각성을 드러냈다. 구간별 소득 집중도를 세계와 비교해도 상위 1%보다 상위 10%로의 집중이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는 2016년 기준으로 상위 1%가 20.4%가량의 소득을 차지하는데, 한국의 상위 1%는 그 정도로 독식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상위 10%는 세계 상위 10%의 비중(52.1%)과 엇비슷한 ‘소득 점유율’을 보인다.

이를 토대로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소득 상위 10% 그룹에 들어가는 과정에 ‘문턱’이 생겼다고 본다. 김 교수는 “대기업 정규직, 공기업 직원 수준 연봉에 대한 일종의 진입장벽이 있지 않나”라고 분석했다. 초고액 자산가냐 아니냐보다는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진입장벽은 연소득 700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소득 상위 10%에 들기 위한 ‘경계소득’은 2016년 현재 6950만원이다. 연 7000만원가량을 벌어들여야 상위 10% 그룹에 겨우 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커트라인은 2009년엔 6250만원이었다. 소득 상위 10% 그룹의 평균 소득은 2009년 9196만원이었지만, 2014년 1억원을 돌파했고 2016년 1억487만원이 됐다.

결국 남은 과제는 상위 10%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 나머지 계층의 소득을 높일 방안을 찾는 일이다. WID에 게시된 현황은 2016년까지 통계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성적표’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2017년 자료가 나오면 고개를 들던 소득 불평등 추이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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