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책임 있는 개인주의가 좋다 기사의 사진
2018년에는 새로운 소비 경향인 ‘나심비’가 뜰 것이라고 올해 초 관련 업계가 예상했다. 나심비는 ‘나’와 ‘심리’ 그리고 ‘가성비’를 합성한 신조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무조건 지갑을 여는 소비심리를 말한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주로 싼값에 무게가 있긴 하지만) 가성비, 가성비에 심리적 만족감까지 더해진 가심비를 넘어 나심비는 나홀로만의 만족을 위해서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이들은 개인의 욕구가 크게 반영되거나, 당장 만족도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상품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했다.

올해의 소비 행태에 나심비 현상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관련 업체들이 내년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해 분주히 분석해 볼 것이다. 나심비는 한마디로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면 돈이 얼마 들더라도 쓰겠다는 것이다.

나를 위한 가치소비의 정신은 최근 유행이 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인 욜로 등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횰로’라는 신조어도 있다. ‘나홀로+욜로’인데 나의 만족감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인테리어나 거주 형태를 뜻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자기 취향에 맞춘, 말하자면 카페처럼 꾸며놓은 집이나 거실 등 개성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드는 횰로족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관련 인테리어 소품 매출이 크게 뛰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나홀로 해외여행객이 늘었다는 건 이미 뉴스도 아니다. 이런 현상은 개인주의 확산과 관련이 깊다.

많은 사회심리학자들이 분석·전망했듯 우리 사회는 집단주의에서 점차 개인주의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사회심리학에서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라는 틀 위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대부분 행위나 사고의 주체가 가족, 회사, 학교 같은 집단이다. 한·중·일 등 동아시아나 중동 국가들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반면 북미나 호주, 서부유럽 등 개인주의 문화권은 개인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단위다. 개인의 자유와 욕구가 집단의 목표와 상충할 때에는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우선한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개인의 욕구를 억누르고 집단의 목표를 따르거나, 심지어 집단을 위해 개인 희생까지 감수한다.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는 집단주의의 극단적인 예다. 어떻게 보면 집단이 개인을 규정하기까지 한다. 개인의 욕구를 누르고 집단의 목표를 따르는 현상이 일반화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확장되면 전체주의로 갈 수도 있다.

개인주의나 집단주의나 사회 변혁에 있어 다 장단점이 있겠다. 우리의 경우 과거 개발독재 시절 집단주의가 만연했다. 특정 시기와 환경 속에서 집단주의가 갖는 효율성 때문이었으리라. 지금은 다르다. 개인주의가 이기주의와 같은 뜻은 아니다. 괜찮은 개인주의는 창의성과 역동성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딱 맞는 덕목이다. 개인주의가 변혁의 동인으로 작동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집단, 연고, 끼리끼리의 힘을 빌려 떼를 쓰는 게 올해에도 여전했다. 비이성적이라도 집단의 목소리라서 통한다면 그 사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2018년의 마지막 달에 들어섰다. 내년에는 책임 있는 개인주의가 좀 더 힘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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