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화려함 내려놨죠… 무대·가정서 살아있음 느껴” [인터뷰] 기사의 사진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주연배우 안재욱. 그는 “시간이 더 흐른 뒤에도 ‘젊게 사는 배우’라는 말이 듣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이 정도면 돼’라는 마음을 없애려 한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저는 ‘이 작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좋은 평가가 나올수록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내 연기나 표현이 자칫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매회 긴장해요. 그래서 무대 올라가기 전에 꼭 기도를 하죠.”

1년 만의 화려한 귀환. 배우 안재욱(47)은 언제나처럼 무던했다. 결코 만족감을 내보이지 않았다. 못내 남은 아쉬움, 더 채워나가리라는 기대감을 이야기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두 시즌째 성공리에 이끌고 있는 그를 27일 서울 구로구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만났다.

“이 작품의 흥행 비결이요? 음악이죠. 노래에 비해 스토리가 좀 아쉽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많은 관객이 공감해주셨어요. ‘좋아하는 노래 맘껏 듣고 울기도 웃기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가 많더라고요.”

‘광화문 연가’는 가수 이문세가 불러 익숙한 작곡가 고(故) 이영훈의 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11년 초연과 다른 버전으로 지난해 첫선을 보여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중장년층의 큰 호응을 받았다. 안재욱은 “요즘 대중문화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데 우리 작품이 중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과거 고사했던 이 작품에 다시 출연하기로 결심한 건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해외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는 계속 창작극을 올려야 하잖아요. 물론 창작극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제 막 시작해서 검증해 나가는 단계니까요. 더 나은 작품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구성은 단조롭다. 주인공 명우(안재욱 이건명 강필석)가 죽음을 1분 앞두고 월하(구원영 김호영 이석훈)라는 초월적 존재의 힘을 빌려 옛사랑의 기억을 되짚으며 삶을 정리하는 내용이다. 2013년 미국 방문 도중 갑작스러운 지주막하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안재욱으로서는 유달리 공감하는 지점이 컸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배우도 느낄 수 없는 마음이 든다는 거예요. 그 한 걸음 한 걸음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죠. 진짜 올라갈 뻔했으니까.”

‘그 사건’은 그의 삶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하는 속도부터 달라졌다. “일에 치여 살지 말자”는 생각에 매 작품 사이 충분한 휴식기를 가졌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다작(多作)의 길로 들어섰다. 안재욱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할 때 일해야 후회가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일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2009년 뮤지컬 ‘잭 더 리퍼’ 이후 브라운관보다 무대에 집중하게 된 것도 같은 계기에서였다. “뮤지컬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요. 성취감과 보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죠. ‘그 사건’ 이후엔 나를 포장하기보다 온전히 나의 책임감으로 몰아가는 작업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안재욱이라는 이름 앞에는 늘 ‘원조 한류스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97년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MBC)로 범아시아적인 인기를 누렸던 그다. “(당시에는) 분에 넘치는 큰 사랑이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그가 찬란한 전성기 이후 중심을 잡아나갈 수 있었던 건 확고한 마인드컨트롤 덕분이었다.

“‘이 사람 옛날에 인기 되게 많았었는데’라는 얘기를 듣는 걸 각오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 정도로 나를 낮추면 ‘이만큼 더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화려함으로 포장된 삶을 억지로 이어가기 위해 버둥대느니, 또다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는 편이 훨씬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가장이 된 이후 삶의 여유가 더 늘어났다. 2015년 뮤지컬 배우 최현주와 결혼해 딸을 얻은 그는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첫눈에 반해 사랑한 아내가 엄마가 되어가고, 세 살배기 아이가 한 명의 구성원으로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죠. 나뿐만 아니라 가정을 위해 일한다는 게 긍정적인 원동력이 돼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