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웃고 울었다” K리그2 우승한 39세 최연소 박동혁 감독 기사의 사진
박동혁 아산무궁화 감독이 2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이번 시즌을 마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K리그의 최연소 감독으로 데뷔한 박 감독은 해체 논란 등 우여곡절이 가득했던 아산을 이끌고 K리그2(2부리그) 우승을 극적으로 이뤄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K리그(2부리그) 우승팀 아산무궁화축구단의 박동혁(39) 감독은 올 한 해 참 많이 웃고 울었다. 3월 안산 그리너스와의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았다. 아산 해체 논란이 불거진 9월 그는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남자답고 강인한 성격이라 선수 시절 단 한 번도 운 적 없지만, 아산을 이끌면서 워낙 우여곡절이 많았다. 박 감독은 “감독 일을 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들쭉날쭉할 일이 많더라”라며 멋쩍게 말했다.

최연소 감독 취임부터 승부 조작 고발, 선수단 해체 논란, 우승 후 승격 실패까지. 그 어떤 감독보다 파란만장하게 데뷔한 박 감독을 지난 2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시즌을 돌아보는 인터뷰 자리에서 박 감독은 아산의 상대 전적과 경기 결과까지 완벽하게 복기해냈다. “평생 잊지 못할 한 해”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박 감독은 올해 K리그의 최연소 지도자였다. 박 감독은 지난해 송선호 아산 감독 아래서 팀의 수석코치를 맡았다. 1부리그 승격에 실패한 송 감독이 물러난 후 아산은 젊고 패기 있는 그를 과감히 감독으로 발탁했다. 선수 시절 같이 뛴 동갑 친구들이 아직도 현역(이동국)이거나 코치(김은중)인 것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일찍 지휘봉을 잡았다. 아산에는 박 감독과 울산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서용덕, 김민균 같은 후배도 있었다.

그러나 출발이 순탄치는 않았다. 시즌 전부터 구단 안팎에서는 “나이 어린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겠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성적을 잘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일부 동료의 시기·질투 어린 시선도 있었다. 박 감독은 “‘경험이 없어 교체 타이밍도 모를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면서 “나만의 축구를 보여줘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경찰 신분의 선수들로 구성된 아산의 특성상 선수단 운영도 쉽지는 않았다. 군 제대와 입대로 전력 변동이 심했고, 경쟁 구단에 비해 지원도 많지 않았다. 많은 선수들이 21개월의 복무 기간 동안 부상 없이 쉬다 소속팀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등 동기부여도 어려웠다. 기존 팀에서 주전으로 뛰던 선수도 많아 자존심도 강했다.

박 감독은 ‘우승’이라는 명확한 비전으로 선수단을 다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선수들과 만난 첫 미팅에서 K리그2 우승을 약속했다. 박 감독은 “목표 의식만 뚜렷하다면 충분히 우승이 가능한 팀이었다. K리그1(1부리그)에서도 상위 스플릿까지 갈만한 전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한 경쟁을 시켰다. 시즌 전 동계훈련 때부터 선수단을 세 팀으로 나눠 경합시키며 옥석을 골랐다. K리그1에서 주전으로 뛰던 선수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 출전시키지 않았다. 박 감독은 “올 시즌 아산에서는 모든 선수가 경쟁해야 했고, 이기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선수를 다루는 법도 배워 나갔다. 2승 1무 2패로 부진을 겪던 시즌 초반, 화가 난 박 감독은 군기를 잡기 위해 냉랭하게 굴었다. 그때 한 선수가 다가와 “감독님께서 말씀을 안 하고 계시면 선수들이 더 어려움을 느낀다. 편하게 부족한 점을 이야기해달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박 감독은 “감독이 너무 강하게 나가면 선수가 주눅이 들더라”며 “공개적으로 사과한 후 더 많이 소통하고, 밝은 분위기로 팀을 이끌어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전반기에 팀 내부를 다지기에 바빴다면, 하반기에는 연이은 시련이 닥쳤다. 아산의 중앙 수비수 이한샘이 승부 조작 제안을 받는 사건이 터졌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정규리그 경기를 하루 앞둔 9월 21일 자정, 박 감독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한샘과 팀 매니저였다. 이한샘은 박 감독에게 “경기 초반 퇴장당하면 5000만원을 주겠다는 승부 조작 제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박 감독은 새벽에 전 스태프를 소집해 사실을 알린 후 즉시 경찰과 프로축구연맹에 신고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경기에 지장을 줄까 봐 철저히 함구했다.

다음 날 부산과의 경기에서 박 감독은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이한샘을 배려해 후반 막판 짧게 투입했다. 이한샘은 죽기 살기로 뛰었다. 2대 1 승리로 경기를 마친 다음 이한샘은 홀로 그라운드에 서서 펑펑 울었다. 박 감독은 “한샘이가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내 줘 고맙다. 한 단계 성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울컥해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지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악재는 경찰청의 선수 수급 중단이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일부 종목 선수들의 병역혜택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아지자 군경팀에 불똥이 튄 것이다. 경찰청은 병역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의경 폐지 방침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차원에서 9월 중순 아산과 연맹에 선수를 더 이상 충원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갑작스런 결정에 구단과 선수단, 팬들까지 혼란에 빠졌다. 박 감독은 심란한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리그 경기를 계속해서 치러야만 했다.

박 감독은 팀의 존립을 흔드는 위기를 우승을 향한 원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팀인가를 보여주자. 당당히 우승해서 승격하고 존속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자”고 주문했다. 선수들은 끝까지 악착같이 뛰며 지난해 창단 후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드라마 같은 우승이었지만 아산시와 연맹, 경찰청 간 선수수급에 대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끝내 승격에는 실패했다. 아산을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하자는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우승 후 승격 자격을 박탈당한 아이러니한 상황. 박 감독은 마치 자신이 약속을 못 지킨 것처럼 선수들에게 미안해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고생하며 너무나 많은 것을 이뤄줬는데 팀 폐지 문제로 그만큼 주목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커리어 첫해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 감독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다음 시즌 아산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아서다. 박 감독은 “지난 일 년이 한 달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즌 내내 쉼 없이 달렸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감독 초년생인 그는 15년 내로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감독이 되려는 야심가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좋은 방향으로 결정돼 하루빨리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