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용어 바로 알기] 수석(首席)은 선임(先任)으로

수석은 서열과 계급화를 의미… ‘먼저 됨’을 뜻하는 선임이 적절

오순절날 성령이 임하고(행 2:1~4) 교회와 선교가 시작됐다. 방언을 비롯한 은사들이 나타났고 사도행전 2장에 등장하는 베드로의 설교와 같은 케리그마(복음선포) 중심적인 교회는 조만간 제도화된 교회로 바뀌어 갔다. 사도행전 6장에서 나타났듯 사도들은 기도와 말씀 사역에 힘썼고(행 6:4) 일곱 집사를 세워 구제와 그 외의 교회 일들을 처리했다. 이런 교회의 조직화는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행 6:7) 이후 교회는 더욱 세분화됐다. 교회의 직책에 따른 명칭과 직능·직분을 맡길 때 필요한 자격요건에 관한 내용은 바울 서신들에 잘 나타나 있다.

교회 직분이 급격히 세분화되고 계급화된 것은 중세시대이다.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초대교회의 직분들은 점차 수직적인 관계로 발전했고 본격 계급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사제들 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종교개혁 이후 교회의 조직과 직책은 많이 간소해졌다. 그러나 가톨릭의 제도적 흔적은 개신교에도 곳곳에 남아 있다. 조직화된 사회 속에 살고 있으며 제도에 익숙해 있는 터라 교회의 조직화, 세분화는 너무나 익숙하고 편리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러 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있는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석 부목사’ ‘수석 장로’ 등은 과연 올바른 용어인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수석(首席)은 ‘맨 윗자리’라는 뜻이다. 이것에 대한 반대 개념의 말이 말석(末席)이다. ‘수석’이라는 말 자체가 서열과 계급화를 의미한다. 동방정교회와 가톨릭교회에서는 ‘수석 사제’라는 말을 널리 쓰고 있다.

교회의 직분은 계급이 아니라 거룩한 봉사가 돼야 한다.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선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직분을 계급이나 서열로 인식해선 안 된다. 또 개인의 명예나 교회 내에서의 특권이 돼서도 안 된다. 만약 교회의 직분을 권위나 권력으로 생각한다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바로 설 수 없다. 그러므로 수석보다는 선임(先任)이라는 말이 옳다. 직분의 높고 낮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되고 나중 됨을 말하는 것이다. 선임 장로라고 하면 다른 장로들보다 일찍 장로 임직을 받았다는 말이지, 다른 장로들보다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수석 부목사라는 말보다는 ‘선임 부교역자’라는 말을 쓰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이상윤 목사(한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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