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상근] 중후장대에서 경박단소로 기사의 사진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발표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는 75로 직전 분기(87)보다 12포인트 하락해 체감경기가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경기가 가장 나쁜 업종은 자동차·부품(66)이었고 이어 기계(69), 철강(70), 조선·부품(70)순이었다. 이들은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으로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장치산업이다.

이와 반대로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산업을 말하는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은 화장품(108) 의료정밀기기(102) 바이오·제약(95) 순으로 지난 3분기 조사에 이어 이번 4분기 조사에서도 가장 체감경기 전망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미·중 양국의 무역분쟁 심화로 인한 교역량 감소는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내수시장의 장기 침체는 정부의 소득주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가운데 체감경기 전망이 높게 나타난 바이오 화장품 의료기기 등 경박단소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 산업은 최근 5년(2012~16)간 연평균 41.3%의 수출증가율을 보이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패션 전문지 WWD가 발표한 ‘2016년 매출 기준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에 아모레퍼시픽(7위), LG생활건강(17위), 에이블씨앤씨(65위), HAVE & BE(92위) 4곳이 이름을 올리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는 정부의 집중적인 육성 정책이 있었다. 2013년 ‘화장품산업 중장기 발전계획’, 2016년 ‘보건산업 종합발전전략’, 2017년 ‘화장품 종합발전계획’을 통해 연구·개발(R&D) 투자에서부터 인프라 강화, 해외진출 지원 등 꾸준한 지원을 이어왔다.

의료정밀기기 산업은 2007~17년 연평균 11%의 생산증가율, 15%의 수출증가율을 보이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의 수요가 높아 상위 20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8.9%에 달한다. 또한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정보통신기술(IT)의 융합산업으로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고, 의료정보의 빅데이터화,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 확산으로 인해 향후 전망이 밝은 산업이다. 바이오·제약 산업의 수출규모는 2011년까지만 해도 1조9000억원으로 세계수출 규모 대비 한국의 비중은 0.4%였다. 2012년 6월 보건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43개를 선정하여 세제 지원 혜택, 연구시설 부담금 면제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와 규제완화를 통해 바이오 산업의 육성 의지를 보였다. 2013년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집중적인 R&D투자를 하였다.

그 결과, 2017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BT에 대한 연구·개발비는 2013년 2조8770억원에서 매년 증가하여 2017년 3조4946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기준 전체 연구·개발비 중 BT의 비중이 19.3%로 2016년까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던 정보통신기술(ICT, 18.5%)을 제치고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박단소 산업은 고도의 정밀기술이 요구되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즉,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R&D 투자와 여러 지원을 통해 산업 육성을 이끌어야 할 정부의 역할이 크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중남미 신흥국들은 중후장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더 이상 국내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후장대에서 경박단소로의 산업구조 재편으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 발짝 다가서야 한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 세계가 다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내외 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는 경박단소 산업을 거울삼아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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