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태순] 칼날 움켜쥔 이재명의 운명은? 기사의 사진
칼잡이가 칼춤을 춘다. 갑자기 필살의 한칼을 휘두른다. 그런데 상대가 보통이 아니다. 칼날을 움켜쥐고는 눈을 부릅뜬다. 칼자루를 쥔 자와 칼날을 쥔 자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칼잡이는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칼자루를 쥔 자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대든다. 이럴 경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칼자루를 잡은 사람이 기세 싸움에서 이기기 마련이다.

물론 현재 살아 있는 권력은 두렵다. 하지만 그 궤적이 보인다. 그러나 미래의 권력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욱 두려운 법이다. 현재권력은 강력한 구심력을 발휘한다. 미래권력을 꿈꾸는 야심가들 또한 강한 원심력으로 밖으로 뛰쳐나가려 한다. 구심력과 원심력 간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권력 내부의 지각변동이 시작된다. 그게 바로 ‘레임덕 현상’이다. 지난 30년 대한민국 정치의 살아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B급 정치’로 규정했다. ‘안희정 잡고, 이재명 날리고, 박원순 남았다’는 세간의 풍설이 단순히 풍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지사의 반발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경선 당시 전해철 의원이 이 지사를 고소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경선이 끝나자 고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경찰은 반년 넘게 악착같이 이 지사를 물고 늘어졌다.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 지사는 뜬금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를 끌어들였다. 법률적으로는 이미 시효가 완성된 ‘문준용 취업비리 의혹’을 거론한 것이다. ‘이쯤 되면 막 하자는’ 식이다. 대놓고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이 지사는 나름대로 이해득실을 따져봤을 것이다.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결사항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임기 3분의 1이 다 돼 간다. 2020년 4월 총선이 끝나면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차기 대권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동안의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것뿐이다. 민주당도 알고 공무원들도 안다. 눈치 빠른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몸을 사리면서 현재권력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더 눈치가 빠끔한 이들은 미래권력에 슬그머니 보험도 들어놓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여권 내부에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전원이 추문으로 모두 교체됐다. 한마디로 청와대 기강이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해온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경제 상황은 최악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현 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대통령의 리더십은 더더욱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도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이달 13일까지는 ‘이재명 사건’에 대해 가부간 결론을 내야 한다.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공소유지나 승소를 100% 장담하지 못한다면 기소하기도 그렇다. 검찰이 보기에도 이 건은 단순한 고소·고발 사건이 아닐 수 있다. 천하를 두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을 겨루는 권력투쟁의 가능성도 있다. 자칫 어정쩡하게 줄 잘못 섰다가는 어느 순간 날벼락을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검찰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존재 이유에 충실하면 된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좌고우면할 필요 없다.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 정치 외압에 맞섰던 ‘국민검사’ 송광수 검찰총장마냥 “차라리 내 목을 쳐라”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도, 이재명 지사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 기소가 되면 공은 사법부로 넘어간다. 겸허한 자세로 재판에 임하면 될 뿐이다. 괜히 정치적 음모론을 꺼내면서 머리끄덩이 싸움을 하면 국민들의 비웃음만 살 것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이 아니라 권력싸움에 도끼자루가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다.

황태순 황태순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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