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자 ‘제로’…인천공항公 ‘공수표’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2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행사를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국민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2일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대통령을 만난 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켜켜이 쌓인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풀어낼 길이 생기자 감정이 북받쳐오른 듯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즉각 1만명가량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화답했다. 61개 파견·용역업체 소속으로 열악한 처우에 신음하던 이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1년6개월이 지나도록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중에 현재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꿘 사람은 ‘0명’이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확정한 비정규직은 9785명이다. 노사전문가협의회가 심의해 최종 대상자를 결정했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없다. 인천공항운영관리노동조합은 파견·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끝난 2100여명이 인천공항공사의 임시 자회사 소속으로 자리만 옮겼다고 밝혔다. 이경재 인천공항운영관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임시 자회사에 소속된 이들의 월급은 이전과 같고 처우도 개선된 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왜 아직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을까. 그 이면에는 복잡다단한 ‘고차방정식’이 놓여 있다. 우선, 인천공항공사는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인천공항공사는 14년 연속 흑자를 발판으로 ‘12년 연속 공항서비스 부문 세계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당장 1만명 가까운 인력을 정규직으로 돌리면 늘어난 인건비가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더라도 급격하게 전환할 경우 재정 부담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재정 부담은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노사가 협의 과정에서 시한을 정하지 않은 것도 즉각적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노사는 지난해 8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 협상을 진행한 끝에 지난해 12월 26일 결론을 이끌어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 중 3000명 정도는 ‘인천공항공사의 직접 고용’, 나머지 7000명 정도는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으로 합의했다. 다만 ‘언제까지 한다’는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 용역·파견 노동자마다 계약기간이 다른 문제 때문이었다. 그만큼 구체적인 임금·처우 협상도 지지부진해졌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현재까지 자회사 임시법인 소속으로 2200여명이 정규직 전환되었고 올해말까지 자회사 정규직으로 2745명이 추가 전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정규직 전환에 추가 재원은 소요되지 않으므로 재정부담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기존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노노갈등이 불붙었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 6월 동일한 입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옳으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정규직 전환 대상자 중 일부는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 입사한 이들이고 파견·용역업체 관계자의 친인척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노갈등 속에서 제기된 의혹은 국회 국정감사의 중심에 설 정도로 파장이 커졌다. 자유한국당은 공공기관 ‘친인척 고용세습’과 관련해 인천공항공사에서도 23명이 채용비리 의혹의 대상자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했지만 정부 감사를 피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지난달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4개 공공기관에 대해 직권감사를 시작했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면서 정규직 전환 관련 노사 협상은 중단됐다가 최근에야 재개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관망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달 기준 16만8964명이다. 이들은 기간제(6만8576명)와 파견·용역(10만398명) 노동자로 나뉜다. 다만 이 수치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의 규모일 뿐이다. 실제로 얼마나 정규직으로 전환됐는지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같은 사례가 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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