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뿔과 뿌리 기사의 사진
우리말 ‘뿔’과 ‘뿌리’는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둘은 글자도 발음도 비슷하지만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지향하는 바가 다릅니다. 뿔은 위쪽을 지향하지만 뿌리는 아래쪽을 향합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뿔에 비해 뿌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데 본질이 있습니다.

뿔과 뿌리가 한 어원에서 왔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과 믿음을 돌아보는 데 유익한 근거가 됩니다. 우리는 일방적이라 할 만큼 뿔을 좇는 삶을 살아갑니다. 누가 더 높은지, 빠른지, 화려한지 등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됐습니다. 뿔과 뿌리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둘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말합니다. 뿔이 아무리 높고 화려해도 뿌리가 말라버리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성탄을 기다리며 곳곳에서 멋진 장식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성탄은 뿔보다 뿌리를 헤아리는 날입니다. 진정한 성탄절은 예배당 벽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구석지고 그늘진 곳에 빛과 사랑으로 오신 주님을 모시는 계절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약력=감리교신학대 졸업. 단강감리교회, 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부천성지감리교회에서 목회. 동화작가 겸 시인. ‘예레미야와 함께 울다’ ‘어느 날의 기도’ ‘한 마리 벌레처럼 DMZ를 홀로 걷다’ 등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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