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남혁상] 인플루언스 게임의 끝은 기사의 사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기업인 시절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거침없는 입담과 쇼맨십, 천문학적인 재산에서 비롯된 뉴스 밸류 등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의 여성 편력 역시 언론에 많은 가십거리를 제공했다. 그는 기업인이었지만 미국의 정치·경제 문제에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왔다. 저급한 표현을 하거나 때론 오락가락하곤 했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수십년간 변하지 않고 계속 강조했던 말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돈과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고, 따라서 경제적으로 미국의 주적은 중국이라는 논리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꿀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했다. 저서 ‘협상의 기술’을 통해 그는 이런 관행에 대해 “당한대로 갚아주라”고 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유세 현장에서도 “중국이 미국에서 강도질하는 걸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 우린 중국의 돼지저금통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유세장에선 으레 과격한 말이 오가는 만큼 유권자들은 트럼프 발언이 표심 잡기용이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말의 성찬에 끝날 것 같았던 트럼프의 대중국 위협은 현실이 됐다. 미국 정부는 올여름부터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갈수록 압박 수위를 높여가며 으름장을 놨다. 중국도 맞대응을 했지만 사실 역부족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은 전면전 직전에서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으로 일단 조건부 휴전에 들어갔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 최악의 충돌은 피한 셈이다. 하지만 당장 이어질 90일간의 협상이 미·중 갈등과 대립 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21세기 자본’ 저자인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공세가 계급투쟁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트럼프가 미국 내 계급 불평등 문제를 감추기 위해 중국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무역전쟁은 이런 차원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리더가 국내 빈곤층 눈을 돌리기 위해 외부 위협을 이용하면 결국 그 피해는 빈곤층에게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피케티는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중국의 이른바 첨단기술·지적재산권 절취 관행, 비관세장벽 등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차세대 전략인 ‘제조 2025’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 패권을 노리는 중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40년 전인 1978년 중국은 경제·사회 체제에서 일대 변혁을 이뤘다. 그해 12월 18일 중국 공산당이 제11기 중앙위 3차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했고, 현재는 더욱 강화됐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도 개혁·개방과 자유무역, 다자 간 무역체제를 단호히 지켜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미·중 양국의 문제는 무역 갈등뿐만이 아니다. 이미 미국은 인도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에 맞서 일본 인도 호주 등과 손을 잡고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했다. 중국 앞마당인 남중국해에도 적극 개입 중이다.

중국몽(中國夢)을 앞세운 중국은 태평양은 물론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제는 서로가 상대의 고유영역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인플루언스 게임(influence game·영향력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이 게임은 갈수록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 2019년 1월 1일은 미국과 중국 국교 수립 40주년을 맞는 날이다. 새해 들어서 두 슈퍼파워의 영향력 경쟁이 어디까지 갈지, 끝나기나 할지, 우리에겐 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걱정이 앞선다.

남혁상 국제부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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