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분단의 현장 DMZ 기사의 사진
지난주 민간 여행사의 관광버스를 이용해 강원도 철원 지역을 둘러보고 왔다. 평화·생태·철새를 테마로 한 하루 일정의 겨울여행 프로그램이었다. 월동하러 북쪽 지방에서 찾아오는 멸종위기종 두루미(학), 재두루미 등 겨울철새들이 추수가 끝난 논에 무리지어 노닐고, 창공을 줄지어 나는 장면을 본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 생태늪도 아름다웠다. 벌판으로 변한 옛 철원에 남아 있는 얼음창고, 농산물검사소 등 근대문화유적들에도 눈길이 갔다. 그러나 마음이 더 끌린 건 분단의 상처를 간직한 곳들이었다.

철원군 동송읍 중강리에 있는 철원평화전망대는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북한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니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이 동서로 가로지르는 너른 들판이 보이고 그 너머로 북한 땅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암산(일명 김일성고지), 피의 능선, 낙타고지 등 6·25전쟁 때 격전지들과 해발고도 330m의 광활한 평강고원이 멀리서 보였다. 국군 제9사단이 중공군과의 치열한 공방을 펼친 끝에 탈환한 백마고지도 눈에 띄었다. 야산에 불과한 야트막한 고지를 놓고 1만7000여명의 사상자가 나올 정도로 열흘간 12차례나 처절한 공방전을 벌였다니, 전쟁의 참혹함에 말문이 막혔다. 최근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는 화살머리고지도 이곳 DMZ 안에 있다. 고암산 앞쪽은 신라 말기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도성 철원성(궁예도성)이 있던 곳. 그 한가운데를 군사분계선(MDL)이 지난다. 갈 수 없는 곳이라 북녁이 더 애잔해 보였다.

앞서 찾아간 김화읍 생창리 오성산도 분단 장벽이 쳐져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 이 산은 정상부를 포함해 대부분이 북의 손에 들어가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이 산기슭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1931년 금강산 관광을 목적으로 개통돼 철원과 내금강을 오갔던 금강산 전기철도의 교량도남아 있다.

분단의 상징인 DMZ를 앞세운 관광 상품은 경기도 김포·파주·연천군, 강원도 화천·양구·인제·고성군 등 다른 접경지역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파주 도라산 전망대는 서쪽의 대표적인 안보·평화 관광지다. 전망대 3층 옥상에 올라서면 개성시와 송악산, 지금은 휴면상태인 개성공단이 다가선다. 정전협정에 따라 DMZ 내에 조성된 우리 측 대성동마을과 북측 기정동마을, 판문점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금강산 비로봉이 보이고 격전지였던 대형 분지 펀치볼이 내려다보이는 양구 을지전망대, 금강산과 해금강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DMZ 동쪽 끝 최북단의 고성 통일전망대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분단의 아픔을 느끼고, 누군가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다졌으리라. 남북 화해 무드가 이어지면서 DMZ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남북이 오랜 반목과 대결을 뒤로하고 화해·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DMZ를 넘어 자유롭게 오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옛 철원 조선노동당사 광장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6.8m 높이의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가슴 부위에는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표현한 하트 모형이, 그 아래로는 분단된 기간을 1945년 8월 15일 정오 일본의 항복 선언을 기점 삼아 ‘시간:분:초’로 나타내는 LED 전광판이 있다. 지난 1일 오후 3시쯤 전광판엔 ‘642507:21:24’가 표시돼 있었다. 숫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바뀌고 있다. 남북이 통일돼 전광판 숫자가 멈추고 DMZ가 평화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그런 일이 헛된 꿈이 아니었으면….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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