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김영석] 보상선수, 베테랑 FA에겐 족쇄 기사의 사진
1999년 11월 26일이다. KBO리그 첫 자유계약(FA) 선수가 탄생했다. 한화 이글스 송진우다. 계약기간 3년, 총액 7억원을 받고 잔류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해태 타이거즈 이강철이 총액 8억원의 계약을 맺고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FA를 통한 첫 이적이었다. 계약 금액에 놀란 많은 야구인들이 프로야구가 곧 망할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였다. 19년이 흘렀다. 올해도 FA시장이 열렸다. FA자격을 취득한 22명 중 15명이 시장에 나왔다. 지난해 최형우는 100억원을 받고, 삼성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이대호는 역대 최고액인 150억원의 계약을 맺고 롯데 자이언츠로 복귀했다. 올해 초 김현수는 원 소속구단이 아닌 LG 트윈스를 선택했다. 계약 금액은 115억원이었다. FA 100억원 시대다. 고졸 출신 선수는 9년, 대졸의 경우 8년 동안 매년 145일 이상 1군에 등록해야 얻는 기회이기에 많은 선수들은 ‘FA 대박’을 꿈꾼다.

‘대박’의 빛이 존재한다면 어둠도 숨어 있다. KBO규약 161조에는 “FA는 모든 구단과 선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선수”라고 되어 있다. 꼭 그렇지가 않다. 특급 선수에게만 한정된다. 보상 규정 탓이다. KBO규약 172조에는 영입 구단은 FA 선수의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인 보상선수를 원 소속구단에 내주도록 하고 있다. 아니면 연봉의 300%를 지급해야 한다. 대부분 보상선수로 젊은 유망주를 지명한다.

특급 FA 선수를 영입할 때는 유망주를 내주는 위험도 감수한다. 그러나 베테랑 FA 선수의 경우 유망주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하는 데 있어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어느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한 채 은퇴하는 FA 미아가 해마다 발생한다. FA 이적 선수가 없었던 해도 세 차례나 있었다. 보상선수 규정이 베테랑 FA 선수의 이동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급기야 ‘꼼수’까지 등장했다. 넥센 히어로즈 채태인은 올해 1월 ‘사인 앤드 트레이드’라는 방식을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먼저 채태인은 넥센과 FA 계약을 맺었다. 원 소속 구단과의 계약이니 보상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며칠 뒤 양 구단은 트레이드를 통해 채태인을 주고받았다. 현행 FA제도 보상 규정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보상선수 규정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차용했다. 그러나 다르게 도입했다. 일본에선 팀 내 연봉 순으로 FA 선수를 세 등급으로 나눠 C급 선수 이적의 경우 보상선수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KBO리그에선 100억원의 FA 선수를 영입할 때나 1억원 계약 선수를 데려올 때도 획일적으로 보상선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FA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취지는 ‘자유로운 이적’에 있었다. 트레이드가 아니면 팀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던 당시 구조를 깬 혁신 조치였다. 직장 선택의 자유를 부여한 게 FA 제도였다. 그러나 KBO리그에선 ‘자유로운 이적’보다는 특급선수들의 돈 잔치 무대로 변질됐다.

보상선수의 입장은 또 어떠한가. 과거 한 선수는 연거푸 보상선수가 되는 바람에 20일 새 두 번이나 팀을 옮겨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팀으로 강제적으로 옮겨가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해야 한다. 직장 선택의 자유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보상선수의 인권은 돈 잔치에 묻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선수 이동은 본인의 자유의사와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 KBO와 구단이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FA 선수의 이적을 가로막는 보상선수 규정은 철폐돼야 한다. FA제도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보상선수 대신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일거에 보상선수 규정을 없애기 힘들다면 일본처럼 FA 등급제를 도입해 순차적으로 보상선수를 줄여나가는 게 차선책이다.

김영석 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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