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뭘 더 해야 발롱도르 받을 수 있나요?”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즐비한 축구에서 매년 단 한 명만을 뽑아 시상하는 발롱도르가 모두를 납득시키기란 불가능하다. 4일(한국시간) 발표된 올해 발롱도르도 예외가 아니었다. 발롱도르 순위 3위 앙투안 그리즈만은 “나는 유로파 리그와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뭘 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올해는 수상자 루카 모드리치와 다른 후보의 점수 차가 큰 편이었지만 역대 발롱도르를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소속팀 및 국가대표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 일치하지 않아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수상자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기도 했다. 매년 단 한 명의 선수만 선정하다 보니 티에리 앙리, 라울 곤잘레스, 파올로 말디니, 데이비드 베컴, 잔 루이지 부폰 같은 선수들조차 발롱도르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비유럽 선수까지 수상자가 확대된 1995년 이후 치열한 경쟁 끝에 고배를 든 수상자들을 살펴봤다.

96년 발롱도르는 수상자와 2위간 격차가 거의 없는 아슬아슬한 결과가 나왔다. 수비수 마티아스 잠머는 소속팀인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조국 독일의 유로 1996 우승 주역이었다. 그해 PSV 아인트호벤에서 빅 리그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호나우두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잠머와 발롱도르를 다퉜다. 발롱도르 주관사인 ‘프랑스 풋볼’이 발표한 점수 차이는 단 3 포인트로, 잠머가 144 포인트 호나우두가 141 포인트를 얻었다. 호나우두는 96년 발롱도르는 놓쳤지만 이듬해 역대 최연소(21년 3개월) 발롱도르 수상자가 됐다. 브라질의 한·일 월드컵 우승해인 2002년에도 수상해 발롱도르 트로피를 두 번 들어올렸다.

99년 발롱도르는 ‘왼발의 마법사’와 ‘오른발의 마법사’ 간 맞대결로 펼쳐졌다. 왼발잡이 히바우두는 조국 브라질의 코파아메리카 우승,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의 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코파아메리카 준준결승, 준결승, 결승 등 승부처마다 골을 기록해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이에 맞서 오른발을 쓰는 베컴은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FA컵 우승을 이끌며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잉글랜드 최초 트레블 달성으로 이끈 공로가 있었다. 결과는 히바우두가 베컴을 누르고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라울은 2000~2002년 UEFA 베스트 포워드에 3년 연속 선정된 유럽 최고 공격수 중 한명이었다. 2000-2001시즌엔 개인 최다 골인 32골을 넣으며 축구 경력의 정점을 찍어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했다. 1998-1999시즌에 이어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도 올랐다. 하지만 마이클 오언에 덜미를 잡혀 발롱도르를 놓쳤다. 오언은 2000-2001시즌 리버풀의 ‘미니 트레블(리그 컵·FA컵·UEFA컵 우승)’을 달성했지만 개인 타이틀은 없어 뜻밖의 수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998 프랑스월드컵, 유로 2000 우승 주역이자 프리미어리그 네 차례 득점왕에 빛나는 앙리는 유독 큰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2003-2004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0골(시즌 통산 39골)을 터뜨리며 아스날의 무패 우승을 이끌었지만 2003년 발롱도르 2위, 2006년 3위에 그쳤다. 2003년엔 파벨 네드베드, 2006년에는 파비오 칸나바로가 수상했다.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던 2004년에도 안드리 세브첸코의 수상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2006년 후보에 올랐을 때 언론에 “발롱도르 수상이 나의 목표는 아니다. 개인의 상을 위해서 플레이한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8년 이후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10년 천하’에 가려진 선수들이 나왔다. 스페인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2010년에는 메시가 발롱도르를 수상했지만 ‘무적함대’ 주역 사비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의 존재감도 컸다. 이중 스네이더르는 네덜란드의 남아공월드컵 준우승, 소속팀 인터 밀란의 트레블(세리에A·FA컵·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스네이더르는 실제 기자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각국 코치와 감독 투표에서 밀려 최종적으로 수상에 실패했다. 2013년에는 발롱도르 트로피를 놓을 자리까지 미리 마련했던 프랭크 리베리가 호날두에 밀려 분루를 삼켰다. 리베리는 2013년 독일 클럽 최초 트레블(분데스리가·DFB포갈·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호날두, 메시에 밀리며 3위를 기록했다. 리베리는 4년이 흐른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발롱도르를) 나로부터 빼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다”며 여전히 억울해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