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유성열] 불멸의 시대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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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출간한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5년까지 인간의 수명을 무한히 연장할 수 있게 된다고 전망했다. 나노·로봇·생명공학의 발전 덕분이다. 또 그는 2016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2029년쯤 불멸의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노 로봇이 체내에서 질병을 치료하기 시작해 기대수명을 늘려준다는 예측이다. 커즈와일의 주장은 급진적이고 낙관적이어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에 대한 반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또 실제로 커즈와일의 분석을 뜯어보면 그 초점이 단순히 육체적 불로불사에 맞춰져 있지는 않다. 인간의 두뇌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하고 인터넷에 연결된다. 수많은 나노봇을 뇌에 주입해 지능을 높일 수 있는 시대가 된다. 이쯤 되면 인류와 기계의 경계선은 모호해진다. 철학적으로 논쟁거리가 많은 주제다.

너무나 꿈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류는 동서고금과 빈부를 막론하고 불로불사를 꿈꿨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 오직 종교적 길을 통해 영혼의 영생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현재 사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한다.

방법이야 어찌 됐든 인간이 늙지 않는 시점이 10~30년 사이 올 것으로 생각된다. 커즈와일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써 본 시나리오는 이렇다. 먼저 인류는 포유류의 노화를 멈추고 대부분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워낙 사회적으로 파괴력이 큰 기술이어서 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상용화되지는 못한다. 사람 이외 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부자들의 개와 고양이가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죽지 않는 시대가 먼저 온다.

여전히 각국 정부가 도입을 머뭇거리는 가운데 신기술을 원하는 사람들의 압력이 거세진다. 특히 돈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온갖 권력을 행사하며 압박한다. 모든 걸 이뤘지만 가는 세월은 잡지 못한 사람들이다. 결국, 인간을 대상으로 한 불로불사 상품이 허가를 받은 뒤 출시된다.

과거 인류가 겪었던 빈부 격차와는 차원이 다른 양극화가 발생한다. 부자들은 더는 죽지 않는 몸을 손쉽게 갖는다. 평범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은 평생 부자들을 부러워하며 우울하게 돈을 벌다 죽어 간다. 사회는 불멸의 부자들과 필멸의 빈자들로 이원화된다.

노화를 멈추는 기술은 노화를 치료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원래의 몸 자체를 젊은 시절로 돌릴 수도 있고, 신체 일부를 교체할 수도 있다. 불멸은 이제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다. 비용이 낮아지면서 각계각층에 보급된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첨단기술의 결과물이 보편화한 과정과 비슷하다.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겪고 있던 저출산·고령화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출산율은 다시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린다. 사랑하는 가족과 평생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니 아이도 많이 낳는다. 살다 보면 돈은 모일 것이고 살기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꿈꾼다. 반면 0에 가까워진 사망자 수가 오히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다. 사람은 자꾸 태어나는데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류는 또 갈림길에 들어선다. 지구 내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면 절망이다. 식량을 포함해 자원이 부족한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화성을 시작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식민지를 우주 곳곳에 건설할 수 있다. 한 번 시작된 우주 식민지 개척은 폭발적으로 전개된다.

커즈와일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그려 본 위의 미래는 더더욱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인류의 수명은 분명히 꾸준하게 늘고 있으며 의료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불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노화의 속도를 늦춰 불멸에 가까운 삶을 사는 시대는 올 가능성이 크다. 그날이 오면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갑자기 눈앞에 닥치게 된다. 대비해야 한다. 개개인과 국가는 물론이고 범인류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불멸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유성열 산업부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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