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창수] 해마다 반복되는 날림심사 막을 방법은 기사의 사진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넘기고 말았다.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예산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처리되지 못했다. 헌법 54조 2항은 예산안 처리시한에 대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국회법은 예산안과 부수법률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치도록 되어 있다.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는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날림심사, 벼락치기 심사가 반복되고 있다. 법정시한을 넘긴 예산안 심의 처리는 ‘깜깜이 심사’ ‘졸속심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한을 넘긴 예산은 여야의 비공식 회의체인 ‘소소위’를 가동해 진행되는데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어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감시의 사각지대인 밀실에서의 정치적 흥정으로 예산이 심사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여야는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불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지만, 손쉬운 예산 담합과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위해 고의로 예산심의를 지연시키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원내대표가 만나는 선에서 타협되는 정치적 거래물로 취급될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날림심사를 막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심의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이전에 실시하는 것이다. 9월부터 시작하는 정기국회 때 국정감사 일정을 집어넣는 것을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는 법률을 국회가 남용하고 있다. 정기국회 때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국정감사는 원래 ‘정기회 이전’에 해야 한다.

지금까지 예산서는 9월 3일에 제출되는데 9월 말에 있는 추석 등을 고려해 10월에나 국감이 시작되고 예결위는 11월에나 시작된다. 늦은 국감, 늦은 예결위, 상임위 부실심사 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은 예결위에서 증액하는 데 제한이 있으므로 상임위심사의 충실한 진행도 필요하다.

둘째,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소소위의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 예결위소위는 10여년 전에 공개되었다. 이후 소위 회의록이 기록되자 좁은 의미의 쪽지예산이 거의 사라졌다. 비공개인 소소위에서 논의되는 것도 기존의 회의록에 들어온 것을 증감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새로운 예산을 포함하지 않는 관례가 생겼다. 공개의 효과이다. 물론 비공식적인 과정은 존재하겠지만 증감액의 근거를 남기는 것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셋째,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현실의 국회 예산심의는 0.2%대의 예산수정에 불과하다. 결국 국회의 예산심의 지연은 몽니일 수밖에 없다. 주요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증액권한도 없다. 예산안은 법률이 아니어서 통과된 후에는 행정부의 전용도 막을 수가 없다. 참고로 대부분의 국가가 4~5개월 심의를 하고, 미국은 8개월, 영국 캐나다 등은 아예 예산안 편성단계부터 의회와 행정부가 협의한다. 예산이 법률이기 때문에 심의기한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넷째, ‘국회 예산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국회 예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1년 단위로 바뀌는 국회 예결위원의 구조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예산옴부즈맨을 두어 국회의 예산결산 심의활동을 국민 입장에서 감시하고 지원하도록 한다. 옴부즈맨은 예결위의 의결을 통해 민원수렴, 자료요구, 문제사업에 대한 직권조사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회에 부족한 예산 전문성을 확보하고 행정의 예산조사권을 획득해 실질적 예산 감시와 견제를 이룰 수 있다. 현재 행정부의 예산조사를 감사원이 수행하는 것을 보완하여 국회가 일부 감사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법정기한을 지키는 것과 함께, 심의 과정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고 국민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국회의원들 내에서의 민주주의라도 지켜야 한다. 소소위보다 소위, 예결위 전체, 상임위까지 의원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다면 의회 내에서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될 것이다. 물론 그것을 위해 선거구제가 개편되어 지역구보다는 계층이나 분야를 대변하는 균형이 이루어진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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