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권혜숙] 프레디와 휘트니 기사의 사진
별점 5점 만점에 별 두 개. 그룹 퀸의 고향인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보랩)에 박한 점수를 매기고 그들의 노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에 빗대 이런 제목을 달았다. ‘퀸의 전기 영화는 당신을 뒤흔들지 못할 것이다(Queen’s biopic will not rock you).’

그러나 예상이 무색하게도, 영화는 한국 관객들을 확실하게 뒤흔들어 놓았다. 개봉 5주 만에 관객 600만명을 넘겨 ‘레미제라블’이 지키고 있던 역대 음악영화 흥행 1위 고지에 올랐고,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6’(658만명)를 위협하며 올해 개봉 영화 중 흥행 TOP3를 넘보는 중이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퀸의 오랜 팬인 기자에게도 지금의 ‘보랩 신드롬’은 조금 당황스럽다. 처음엔 ‘이제야 퀸의 매력을 알아보는구나’ 뿌듯했다면, 지금은 ‘아니 이렇게까지…’라고나 할까. 2008년 퀸의 노래 24곡으로 채워진 뮤지컬 ‘위 윌 록 유’가 무대에 올랐을 때도, 2014년 퀸이 첫 내한공연을 했을 때도 이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도, 전기 영화라기엔 사실과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많았다. 영화는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병마를 딛고 마치 ‘스완 송’처럼 라이브 에이드에서 최후의 절창을 선보인 것으로 연출해 감동을 자아냈지만, 실제로 그가 에이즈 진단을 받은 것은 2년 후였으니 말이다. 소원해진 멤버들이 라이브 에이드 직전에 극적으로 화해한 것으로 그렸지만 사실 그 전해에 이미 다시 뭉쳐 11집을 발표했고, 전설의 떼창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남긴 브라질 공연 등을 함께한 상태였다. 프레디가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연인을 만나고, 절연했던 아버지와 화해하고,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서는 모든 일이 하루에 이뤄졌다는 설정도 과했다.

영화의 만듦새도 아쉽긴 하다. 영화에서 프레디는 “우리는 공식을 따르지 않아”라고 했지만, 정작 영화는 ‘고난 후 성공’이라는 전형적이고 단순한 공식을 택했다. 그리고 퀸의 음악의 힘에 의지해 공연 실황처럼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재현한 후 끝맺는다. 소수자였으며 불치병과 싸우느라 신산했을 프레디의 삶에 ‘인간 승리’라는 당의정을 듬뿍 입혔다.

그래서인지 새삼 떠오르는 건, 이 영화보다 두 달 먼저 개봉한 또 다른 음악영화 ‘휘트니’다.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있던 해 데뷔한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네티즌들의 투표로 순위를 매기는 랭커닷컴의 ‘역대 최고의 가수’ 1위가 프레디 머큐리, 3위가 휘트니 휴스턴일 만큼 폭넓은 음역과 폭발적인 가창으로 프레디와 어깨를 나란히 한 보컬리스트였다.

영화 ‘휘트니’는 ‘보랩’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영화의 마지막 곡만 봐도 알 수 있다. ‘보랩’은 ‘날 막지 마(Don’t stop me now)’, ‘휘트니’는 ‘내겐 아무것도 없어(I have nothing)’다. 이 영화는 휘트니가 팝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화려한 시절보다 그가 어떻게, 왜 약물중독으로 무너져 내렸는지를 추적한다. 영화는 애처롭고 아프고 우울했다. 그의 노래들이 짧게 삽입돼 감상할 틈도 없어서인지 영화는 겨우 2만1175명이 극장을 찾는 데 그쳤다.

만약 ‘휘트니’의 감독이 휘트니가 고음을 내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던 마지막 월드 투어를 보여주는 대신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라이브를 넣었더라면 ‘휘트니 휴스턴 다시 듣기’ 열풍이 불었을지 모를 일이다.

내년에는 프레디와 절친했던 엘턴 존의 일대기를 그린 ‘로켓맨’이 개봉한다. 히트곡만큼이나 약물과 알코올 중독 등 스캔들로 넘쳐난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또 우리나라 팬들이 그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권혜숙 문화부장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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