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새 몸집 100배 커진 P2P 대출… 제도권 금융 진입 ‘진통’ 기사의 사진
인민호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유형 금융인 P2P 대출과 관련해 투자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11개 온라인 P2P대출 플랫폼 사업자의 투자자 이용약관과 홈페이지 이용약관 등을 직권으로 심사, 7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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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 플랫폼에서 크라우드펀딩 형식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빌리는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은 어느덧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금융이 돼 있다. SNS와 결합한 이 새로운 금융의 규모는 8년 만에 100배가 됐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57개 회원사의 P2P 대출 잔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학계가 2010년 추산했던 시장 규모는 100억원이었다.

덩치는 커졌지만 P2P 대출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뒤섞인 채 금융 당국의 ‘울타리’ 밖에 서 있다. 소비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관리감독이 필요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제도 마련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으려는 P2P 대출이 진통을 앓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국회에 계류 중인 P2P 대출 관련 5개 법안의 검토 의견을 작성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세계적 흐름처럼 한국에서도 P2P 대출 시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는데 당면한 현실과 달리 규제 등 제도 마련은 뒤늦은 상태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가 건전하게 성장할 방향을 찾는 게 1차 목표이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자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 둘째 과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호돼야 건전한 성장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앞뒤의 과제는 맞물려 있다”고 했다.

‘그림자 금융’의 단속 결과 영세 민간 기업이 자금 압박에 직면한 중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P2P 대출에는 제도권 은행의 보완재라는 순기능이 있다. 한국에서도 P2P 대출은 고금리의 개인 신용대출을 낮은 금리로 바꾸는 대환대출의 기능을 발휘하거나 은행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단이 돼 왔다.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들에 그토록 개발을 독려했던 중금리 대출 상품이기도 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집계한 P2P 대출의 평균 이자율은 2016년 기준으로 12.4%였다.

점포 없이 이뤄지는 거래라 관리비용이 절감되고 투자자 수익을 돕는다는 측면도 P2P 대출 시장의 급성장을 불렀다. 2016년 P2P 대출 시장에 투자한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10.0%였다. 2%대 후반의 예금금리도 찾기 어려운 초저금리 시대임을 감안하면 분명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양지가 있다면 음지도 있게 마련이다. P2P 대출 시장에서의 사기·횡령은 현재까지 1000억원 이상의 투자자 손실을 낳았고, 기막힌 수법들은 연일 수사기관에 접수된다. 금융 당국은 P2P 대출 플랫폼의 도덕적 해이가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를 불안해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신속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공식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P2P 업계를 보는 시선은 보수적인 편이다. 결국 금융이란 남의 돈을 만지는 것인데, 인가를 받기까지 지금보다는 더욱 높고 세심한 진입 장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큰 자본이 없이도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는 특성도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불안요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은 2000만원쯤 들여 사면 된다’며 시장에 들어오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도 마련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P2P 대출의 연체율은 잔액과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말만 해도 2%대였던 연체율은 10월 말 6%대로 올랐다. P2P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8월부터 연속해서 최고 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데, 은행권은 물론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가 후퇴하면 건물 완공 시의 수익을 담보로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체율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금융위는 5개 법안 각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일괄적인 입장을 정리, 조속히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업계 요구까지 반영하는 균형감 있는 의견이 전달될지 관심사다. 그간 P2P 업계는 업체당 1000만원으로 투자 한도를 제한하고 금융소득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하던 현행 가이드라인에 반발해 왔다. P2P 대출 시장을 정식으로 감독해야 한다면 오히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 감독보다 더욱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금융 당국은 관측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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